[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올해 국내 가전 시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의 증대와 내수 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가전업계의 매서운 확장세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가전 수출 역성장할 수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국제 통상 분야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해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6.1로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는 국내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분기 수출 경기 전망을 물은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직전 분기보다 상황이 안 좋아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특히 가전 품목은 작년 4분기 97.5에서 올해 1분기 52.7까지 떨어졌다. 올 1분기 수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북미, 유럽연합(EU)의 수요가 위축돼 수출 역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 제품도 작년 3분기 104.2에서 올해 1분기 85.3까지 떨어졌다
국내 가전업계는 특히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의 보편관세를 물리겠다고 지난해 1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보편 관세 공약이 현실화될 시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보편 관세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편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시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도 미국 내 공장이 없고, 멕시코에 공장이 있다 보니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통상 부품, 완제품 대상 관세 부과는 곧 시장 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와 같은 일괄적인 관세 부과의 최종적인 영향은 결국 현지 유통과 소비자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 허슬비 연구원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우리 수출 기업들은 각국의 통상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원자재 수급 관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품목별로 보면 세계 TV 시장에서는 교체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반등이 예상되는 반면, 국내 업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TV 부문에서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이 한국 TV 점유율을 이미 빼앗아가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TV 기술력은 거의 대등한 기술력을 갖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출하량 15%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 분기보다 점유율이 감소했다. 반면, 하이센스는 전년 동기보다 19% 많은 TV를 출하하며 삼성을 맹추격 중이다. TCL도 1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OLED 등으로 이루어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중국 가전업계의 추격도 매섭다. 하이센스와 TCL은 전년 대비 두배 이상 많은 프리미엄 TV를 출하하며 LG를 4위로 밀어내고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이제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중국업체는 이미 스탠다드 LCD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이제는 한국과 일본업체가 선점했던 프리미엄 TV군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이들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함으로써 수익을 개선하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해 전 지역에서 입지를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줄어든 소비 심리로 인해 올해에도 가전 판매 내수시장의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말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12.3포인트 줄어든 88.4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한 지난 2020년 3월 18.5포인트의 낙폭을 보인 이후 최대 감소세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실장은 "고물가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내수시장의 침체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가전 시장에서 가전에 대한 신규 수요나 교체 수요 모두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의 가정이 이미 가전을 갖추고 있으며, 가전의 평균 교체 주기도 7~10년로 점차 길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가전 수요는 주로 부동산 수요와 결혼 수요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아파트 물량이 시중에 많이 공급될수록 이사 수요가 늘면서 가전제품 교체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결혼 수요가 늘면서 가전을 새로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려면서 "올해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침체된 상태이고, 결혼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 않다"며 "올해 가전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가전 구독'이라는 사업 방식을 통해 가전 제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가전 구독 사업이라는 사업 방식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 구독은 일정 기간 구독료를 지불하고 가전제품을 빌려 사용하는 방식이다. 초기 구매 비용을 줄여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가전 구독에 대한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신혼 가정은 일반적으로 경기 악화에 민감하지만, 구독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며 "가전 업계의 구독 방식의 영역에 있어서는 당분간 성장세를 띨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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