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선 건조와 유지·보수·수리(MRO)를 위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고 미국내 조선 기업과 기술 개발에도 힘을 합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와 조선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건조 비용과 납기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각사가 보유한 함정 건조 전문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중남부 미시시피주에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인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조선소에서는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물량 다수를 건조하고 있어 HD현대 미국 시장 협력사로 최적이라는 평가다.
HD현대도 이지스함 건조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헌팅턴 잉걸스와의 협력을 발판 삼아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과 MRO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현존 최고 사양의 이지스함 건조 역량을 갖춘 한국과 미국의 대표 조선 기업 간 최초의 협력 사례로, 양국 조선산업 파트너십과 신뢰 강화의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약 1450억원)에 인수했다. 해당 조선소는 상선을 주로 건조하지만 MRO 등에도 활용될 수 있어 두 가지 사업 영역에 용이한 이점을 갖췄다. 한화오션은 이곳을 상선 시장 선점 기지로 구축하고 향후 미 해군 대형 함정 산업 수주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최근 호주의 조선·방산 기업 오스탈의 지분 9.9%를 매입하기도했다. 이번 지분 인수는 오스탈이 10억 2000만 호주달러(약 9383억 원)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지 거의 1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미국 시장 진출과 관련이 깊다.
오스탈은 미국 해군 함정을 직접 건조하는 4대 핵심 공급업체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 위치한 오스탈의 조선소는 트럼프 행정부 수입 관세 정책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미국내 소형 수상함, 군수지원함 시장점유율 40~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와 오스탈 두 핵심 거점 인수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의 모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안병철 전략부분 총괄 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방산 분야에서는 해외 시장 직접 수출을 많이 했지만, 현지화는 부족했다"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등 현지화 노력이 시급하다"면서 미국 현지 생산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 확장 및 추가 조선소 확보를 검토 중이며 관련해 8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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