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경남 김해의 한 약국.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한 업종은 ‘약국’ 하나뿐이고 등록 직원은 0명. 이 약국은 최근 3년동안 국립박물관 건립 현장의 내진 철근 9억9500만원어치를 비롯해 지자체 굴착기, 해군 신호발생기까지 15건 20억6000만 원어치를 낙찰받았다.
대구의 한 미용실.
이 미용실은 과학벨트 가스엔진히트펌프(GHP) 실외기 3억9000만원과 대구시 산불 진화장비 2억8000만원을 따냈다.
![조달청.. [사진=조달청]](https://image.inews24.com/v1/a3289a16cb62b2.jpg)
황정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조달청 나라장터 개찰 결과와 조달 업체 등록정보 공공데이터를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전수 분석한 결과 공급 능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업체들이 공공조달 물품·용역을 대거 낙찰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2023년 1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3년 동안 개찰된 물품·용역 낙찰 전체다. 공공데이터 API 호출 과정에서 일부 개찰 건이 누락될 수 있어 낙찰 건수·금액은 최소치다.
조달업체로 등록된 90만4759곳(등록 이력 기준, 폐업·말소 업체 포함 가능) 가운데 등록 직원이 0~1명이면서 주소가 아파트·빌라 등 주거지로 표기된 업체만 6만568곳에 이르렀다. 이들 중 7063곳이 3년 동안 2만1498건, 1조3862억원어치를 낙찰받았다.
주소와 별개로 조달청에 등록한 업종이 약국·급식·장례업·여행사 등 생활업종뿐인 업체(다른 면허 없음)가 등록 업종과 무관한 장비·자재를 낙찰받은 사례도 252건·109곳·226억원에 달했다.
소방서가 구매한 자동심장충격기·인명구조경보기·소방드론도 아파트·빌라 주소 업체들이 낙찰자였다. 이 가운데는 사료·화초를 등록 품명으로 둔 업체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 6호기 상황실 디스플레이(1억8870만원, 참가 296곳)는 대구 달서구 아파트 주소에 직원 1명을 둔 업체(등록 품명이 말·쥐·천적·사료 등)에 돌아갔다.
전북 익산의 장례업체 두 곳은 조달청 등록 업종이 ‘장의·장묘용역’ 하나뿐인데도 대학·연구기관 실험실습기자재, 강판, 오실로스코프 등을 각각 31건 22억7000만원, 27건 19억원어치 낙찰받았다. 두 곳의 등록 직원은 각각 1명과 0명이다.
이런 업체들은 수천 개 품명을 등록해 두고 공고마다 낙찰하한율 근처 가격으로 투찰해 추첨식 낙찰을 노린다. 낙찰 뒤에는 실제 제조·유통업체에서 물건을 받아 납품하거나 납품 권리를 넘기는 구조로 알려져 공급 능력이 없는 업체가 공공조달 중간에 끼어드는 셈이다.
황정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적한 군납 조달 문제는 국방부만의 일이 아니라 조달 체계 전반의 문제”라며 “AI를 활용하면 공급 능력이 없는 업체의 부적합 입찰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만큼 부적절 사례를 검토하고 제한하는 행정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입찰보증금 확대는 물론 납품 권리만 파는 중개소식 입찰을 제한할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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