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무역적자를 키우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와 서버를 해외에서 대거 들여오면서다.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가 경제성장의 동력이면서 동시에 수입 증가를 부추기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반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https://image.inews24.com/v1/4fd475dd98be0f.jpg)
AI 투자 확대에 자본재 수입 급증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상품무역 적자는 1349억달러로 전월보다 2.1% 증가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규모로, 시장 예상치인 1302억 달러도 웃돌았다.
상품 수입액은 전월보다 2.4% 늘어난 3441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도 2.6% 증가한 2092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증가액은 수입에 미치지 못했다.
수입 증가를 주도한 것은 반도체와 컴퓨터, 통신장비 등이 포함된 자본재다. 자본재 수입은 전월보다 7.5%,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2% 급증했다. AI 인프라 확충에 따른 장비 수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자본재 무역적자는 1년 전보다 543억달러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상품무역 적자 증가분보다 큰 규모다. 다른 품목에서 발생한 무역수지 개선 효과마저 자본재 적자 증가가 상쇄한 셈이다.
물론 AI 투자만이 수입 증가의 원인은 아니다. 미국의 소비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9월 소비재 수입도 전월보다 3.1% 늘었다.
무역적자 확대에 성장률 기여도 하락
수입 급증은 미국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소비와 투자, 정부지출, 수출을 더한 뒤 수입을 빼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기업이 해외에서 장비를 사들이면 투자에는 반영되지만 수입액도 차감된다. 해외에서 생산된 가치가 미국 내 생산으로 집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제분석기관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는 올해 3분기 순수출이 미국 성장률을 4%포인트 끌어내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도 3.25%포인트의 마이너스 기여를 예상했다.
![반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https://image.inews24.com/v1/bed8a9ed8c7547.jpg)
다만 이는 전체 수출입에 따른 영향으로, AI 관련 장비 수입만의 효과는 아니다.
무역적자 확대를 곧바로 경제적 손실로 해석하기도 어렵다. 수입 장비가 기업 투자에 포함되면 GDP 계산 과정에서 상쇄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설비투자 증가와 소비 호조가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자본재 수입 급증은 미국 AI 산업 특징을 보여준다. 관련 기업들이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제조업 공급망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주도권 쥔 미국, 제조업은 해외 의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7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첨단기술 분야에서 사용하는 장비 약 90%가 해외에서 조달된다. 주요 공급처는 반도체와 전자장비 생산이 집중된 동아시아다.
대표적 사례가 반도체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생산을 대만 TSMC에 의존하고 있다.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HBM 매출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점유율은 각각 50%, 33%에 달했다.
이는 미국 무역수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연구에 따르면 미국 AI 관련 제품 수입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73% 증가했다. 반면 AI와 무관한 제품의 수입 증가율은 3%에 그쳤다.
연구진은 "AI 투자 열풍이 없었다면 지난해 미국 상품무역 적자가 실제보다 약 2000억달러 적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AI 관련 제품 수입 증가가 무역적자 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도 제조업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일부 첨단 분야에 집중돼 있다. 캔자스시티 연준은 미국 컴퓨터·통신장비·반도체 생산능력은 2019년 말보다 72%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체 제조업 생산능력 증가율은 2%에 그쳤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는 "과거 인터넷 붐 당시와 달리 현재 AI 관련 투자의 상당 부분이 수입품으로 충당되고 있어 미국 GDP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그만큼 낮다"고 지적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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