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신약개발의 무대가 지구 밖 우주로 넓어지고 있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지상보다 균일한 단백질 결정을 얻을 수 있어 정밀한 신약 설계와 의약품 품질 개선에 유리하다.
최근 우주 발사 기술의 발전과 민간 우주산업의 성장으로 연구 여건이 개선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기업들도 관련 연구와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챗지피티]](https://image.inews24.com/v1/114c910c9ab9ad.jpg)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우주 제약기업 바르다스페이스인더스트리스는 최근 의약품 연구용 우주선 'W-7'을 발사했다.
이번 임무에서는 차세대 항암제 기술로 주목받는 표적단백질분해제(PROTAC) 계열 후보물질의 결정화 실험을 진행한다. 미세중력 환경에서 약물의 결정 형태를 바꿔 체내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용해도를 개선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바르다스페이스는 2021년 설립된 미국의 우주 제조 스타트업이다. 자체 캡슐을 활용해 우주에서 의약품 성분을 가공하고 지구로 회수한다. 2023년 첫 우주선 'W-1'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성분인 리토나비르의 결정화에 성공했고, 이듬해 2월 결과물을 회수했다.
민간 기업이 자체 무인 우주선에서 의약품 성분을 가공하고 회수한 세계 최초의 실증 사례로 꼽힌다.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난달 2억5100만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6억달러(약 2조1500억원)로 평가받아 설립 5년 만에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누적 투자금은 약 6억달러에 달한다.
신약개발에 우주 환경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다. 지상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물질이 가라앉거나 액체 내부에 흐름이 발생해 단백질 결정이 불균일하게 형성될 수 있다.
반면 우주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줄어 단백질의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거나 의약품의 제형을 개선하는 데 유리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머크(MSD)다. 머크는 2017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주성분인 펨브롤리주맙의 결정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상보다 크기가 균일하고 점도가 낮은 결정을 얻었다. 이 연구 성과는 기존 정맥주사보다 투여 시간이 짧은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도 기여했다. 이후 일라이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우주 환경을 활용한 의약품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다만 그동안 우주 신약개발은 높은 비용과 제한적인 연구 여건 탓에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의약품 원료와 실험 장비를 우주로 보내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었고, 연구 결과물을 지구로 회수하는 과정에도 제약이 따랐다.
하지만 최근 민간 우주산업의 성장으로 발사 비용이 낮아지고 우주선 회수 기술도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바르다스페이스 등 전문 스타트업까지 등장할 정도로 우주 바이오제약의 사업화 가능성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챗지피티]](https://image.inews24.com/v1/1adf2d817f5230.jpg)
국내에서도 우주 바이오제약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오너 3세 김정균 대표 주도로 우주사업을 추진해 온 보령은 지난달 비전선포식에서 우주 생명과학 연구를 회사의 3대 핵심 사업축 중 하나로 제시했다. 기존 제약사업을 넘어 우주 생명과학 연구 인프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보령은 2022년부터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투자하고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를 설립하는 등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지금까지 우주 관련 기업과 펀드 등에 투자한 금액은 약 1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우주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도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누리호 5차 발사를 통해 단백질 결정화 실험용 위성 'BEE-1012'를 우주로 보냈다. 이어 13일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신약 연구용 실험 모듈 'BEE-PC2'를 발사했다. 신약 후보물질과 표적 단백질의 결합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우주의약 위탁연구(CRO) 서비스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의약품 위탁생산(CMO)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우주 의약품 연구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주에서 얻는 기술적 이점이 추가 비용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지 입증하는 것이 상업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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