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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다임 상장 검토, 22일 밤 멈춰서…SK하이닉스, 투자구상 원점[종합]


주주 반발·시장 변동성 악화 속 최종 결론…23일 공시
美 공장 투자·주주환원 병행 구상…시장 급랭도 부담
메리츠證 "주주환원 강화 전망"…거버넌스포럼 "중단 환영"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검토를 중단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은 지난 22일 밤이었다. 일정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검토를 중단하고, 현재 재추진 계획도 없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정은 이튿날 아침 공시로 시장에 알려졌다.

이번 상장 구상은 주주 반발과 자본 시장의 변동성 악화, 금리 인상, 반도체주 급락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멈춰 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솔리다임의 P44 프로 SSD 제품 [사진=솔리다임]

다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를 위한 미국 생산시설 확보 필요성은 남아있는 만큼, SK하이닉스는 손자 회사인 솔리다임까지 고려한 투자 재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5단 중복상장' 논란…당국도 주주 보호 요구

SK하이닉스는 23일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 검토 중단을 공시했다.

지난 8월부터 불거진 논란은 '5단 중복상장'이라는 비판으로 번졌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솔리다임까지 상장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다섯 회사가 모두 상장됐다는 뜻은 아니다. AI컴퍼니는 비상장사다.

주주들은 솔리다임이 새 주식을 발행하면 기존 지분율이 낮아지고 성장 이익을 외부 투자자와 나누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2일 솔리다임을 중복상장 규제 대상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 상장을 직접 불허하기보다 국내 모회사에 주주 영향평가와 보호 방안, 이사회 결의·공시 등을 요구하는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도 19일 주주 존중과 지배경영권 남용 문제를 남은 과제로 지적했다. 이 발언은 솔리다임을 사실상 지목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사진=권서아 기자]

美 공장 투자금 마련 목적…주가 급락에 실익 줄어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상장을 검토한 목적은 미국 신규 생산시설 투자금 확보였다. 중국 다롄에 생산거점을 둔 솔리다임은 늘어나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미국 생산 기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증여나 차입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솔리다임에 직접 돈을 댈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 역시 국내 공장과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에도 거액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솔리다임이 외부에서 투자금을 마련하면 그만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쓸 여력이 생긴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솔리다임의 성장성을 시장에서 별도로 평가 받겠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이 9일 오후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전남광주 서구 군공항 부지에서 현장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9 [사진=연합뉴스]

급격히 나빠진 자본시장 분위기…실익 줄며 추진 동력 상실

상장을 둘러싼 시장 환경도 나빠졌다.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솔리다임 역시 당초 기대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기업가치를 낮춰 상장하면 같은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더 많은 지분을 외부에 내줘야 한다. 기존 주주의 몫이 줄어드는 만큼 상장을 정당화할 이점도 작아진다.

최근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AI 투자에 들어가는 돈과 이를 회수할 수 있느냐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반도체를 사기 위한 차입 비용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도 높은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주가가 급락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가 급락했던 10월 1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및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장 2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2.6%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4.4%,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는 11.8% 떨어졌다.

AP통신은 램리서치가 시장 예상을 소폭 웃도는 분기 매출과 이익을 발표했지만, 다음 분기 이익 전망의 중간값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고 전했다. AI 관련 기업의 성장세와 별개로 투자자들의 평가가 엄격해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상장을 통해 솔리다임의 투자금을 확보하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여력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주주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장 가격까지 낮아지면 투자 재원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를 함께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회사가 공식 입장문에서 현재 IPO가 기존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배경인 셈이다.

내부 자금 활용 주목…주주환원 강화 기대도

2026 SK하이닉스 미래포럼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솔리다임이 투자 재원을 확보할 방안으로는 자체 수익과 SK하이닉스의 지원이 꼽힌다.

솔리다임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2조2507억원, 순이익은 5조8396억원을 기록했다. 자체 사업에서 확보하는 현금도 투자 재원이 될 수 있다.

부족한 돈은 SK하이닉스가 빌려주거나 출자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대여는 이자와 원금을 갚는 방식이고, 출자는 자본을 늘려주는 방식이 업계에서는 거론된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연결 현금성 자산은 88조원에 달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회사측이 구상하는 성장 전략보다는 주주가치 제고가 최우선 과제임을 천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28일 실적설명회에서 "기존 예상치를 넘어서는 강화된 주주환원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포럼은 환영한다"며 중단 결정을 반겼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가 AI컴퍼니를 통해 솔리다임에 출자를 하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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