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인공지능(AI)이 분자를 설계하고 로봇과 빛이 협력해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물질을 연속으로 만들 수 있다. 원료 배합부터 합성과 분석까지 자동화했다. 반복 실험 부담이 줄었다.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 확보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AI가 약 될 만한 분자를 설계해도 실제로 만드는 과정이 느리면 신약 개발은 느리기 마련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합성 로봇과 빛을 이용해 원료 배합부터 합성·분석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무인 합성 플랫폼’을 개발했다. 반복 실험의 부담을 줄여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총장 배충식) 화학과 박윤수 교수 연구팀이 가시광선과 연속 흐름 공정을 결합한 무인 합성 플랫폼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의약품 개발에 쓰이는 분자의 기본 뼈대인 ‘N-메틸 피롤(N-methyl pyrrole)’ 골격을 합성하고 연속 생산을 통한 생산량 확대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 연구팀이 원료 배합부터 합성·분석까지 자동으로 수행하는 ‘무인 합성 플랫폼’을 개발했다. 자동화 유기 합성 시스템.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6b88e4cf54b5fc.jpg)
신약 개발에서는 설계한 분자를 실제로 만들어 효과와 안전성을 시험해야 한다. 구조가 조금씩 다른 물질마다 그에 맞는 새로운 합성 조건을 찾아야 한다. 소량 합성에 성공하더라도 생산량을 늘리면 빛이나 열이 전달되는 정도가 달라져 조건을 다시 조정해야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료 준비 로봇, 자동화 펌프, 빛을 쪼이는 반응 장치, 분석 장비를 하나로 연결했다. 연구원이 장비를 준비하고 조건을 설정하면 로봇이 원료를 배합한다. 펌프가 원료 용액을 가느다란 관으로 일정하게 흘려보낸다. 이때 관에 사람의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을 쪼여 화학반응을 유도한다.
원료를 계속 흘려보내면서 반응시키는 이 방식을 ‘연속 흐름 공정’이라고 한다. 큰 냄비에 재료를 한꺼번에 넣는 대신 작은 조리 공간에 재료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느다란 관을 사용하면 용액에 빛을 고르게 전달하기 쉽고, 같은 공정을 더 오래 가동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반응을 마친 용액은 자동으로 분석 장비에 전달된다. 이 장비는 원하는 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한다. 연구원이 매번 용액을 옮겨 측정할 필요 없이 원료를 섞는 단계부터 결과를 확인하는 단계까지 자동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이 자동화 시스템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단일원자 편집 반응을 벤치마크 했다. 퓨란(Furan, 의약품 등 화학 물질 합성의 뼈대가 되는 기초 원료)이라는 원료 물질의 전체적 뼈대는 그대로 둔 채 특정 원자만 선택적으로 바꾸는 신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질은 약물이 몸속 단백질과 결합하는 성질을 바꿔주어 신약 개발 분야의 국면 전환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20종 이상의 퓨란 계열 물질에 이 합성법을 적용했다. 구조가 복잡한 천연물에서도 다른 부분은 유지하면서 원하는 부분을 바꿀 수 있었다. 원료를 계속 흘려보내는 공정에서는 N-메틸 피롤 골격을 연속적으로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신약 개발에서는 구조가 조금씩 다른 물질을 만들어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한다. 기존 물질의 일부를 바꾼 뒤 원래 물질보다 치료 대상 단백질에 잘 결합하는지, 독성이 낮은지 시험하는 것이다. 이번 기술은 이러한 비교에 필요한 물질을 더 효율적으로 확보해, 유망한 신약 후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윤수 교수는 “설계된 분자를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합성하느냐가 앞으로 신약 개발의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이번에 구축한 플랫폼은 반응 조건을 수치화하고 재현할 수 있게 해 유기 합성 자동화 시대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화학과 변현빈·홍호진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박윤수 교수와 김하은 이노코어 펠로(InnoCORE AI-CRED 혁신신약연구단)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논문명: Direct Access to the Simplest N-Substituted Pyrroles from Furans Enabled by Tailored Photocatalysts)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잭스 골드(JACS Au)’에 지난 8월 7일 온라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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