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이렇게 회수된 엔진은 재제조 공정의 원자재가 됩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찾은 프랑스 파리 인근 르노 플랑 리팩토리. 정비소에서 고장으로 교체한 엔진을 소개하던 담당자는 이를 '원자재'라고 불렀다. 엔진을 분해해 세척한 부품에는 부식 흔적이 남아 있었다. 표면을 복원하고 치수를 재고 균열 여부까지 확인해야 다시 쓸 수 있다. 이곳에서는 차량에서 떼어낸 고장 난 엔진도 다음 제품의 출발점이었다.
![프랑스 파리 플랑에 있는 르노 리팩토리 전경. [사진=르노]](https://image.inews24.com/v1/d380be4f8957a8.jpg)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시 조립한 엔진에 시동을 건다. 연료와 냉각수 등을 넣고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분해부터 복원, 재조립까지 엔진 한 대에 걸리는 시간은 약 3일. 모든 엔진이 최종 검사를 거친다. 현장 담당자는 이렇게 재제조한 엔진을 신품보다 약 30%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설립 74년을 맞은 플랑 공장의 변화는 이 공정에 담겨 있었다. 신차를 만들던 공장이 이제는 고장 난 엔진과 손상된 차량을 다시 상품으로 만든다. 부품을 선별하는 기술부터 회수 체계, 작업자 교육까지 갖춰야 가능한 사업이다.
1800만 대 만들던 공장…차량 수명 늘리는 거점으로
1952년 문을 연 플랑 공장은 약 232만㎡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20개 모델, 누적 1800만 대가 넘는다.
전환은 2020년부터 시작됐다. 차량과 부품을 수리·재사용하고 소재를 회수하는 순환경제형 공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공장 측 설명에 따르면 2024년 10월 마지막 신차를 생산했으며, 지난해는 신차 생산 없이 리팩토리 사업으로 한 해 전체를 보낸 첫해였다.
![프랑스 파리 플랑에 있는 르노 리팩토리 전경. [사진=르노]](https://image.inews24.com/v1/23243919359e59.jpg)
기존 제조 업무도 일부 남아 있다. 프레스와 철판 가공 작업을 유지해 르노그룹의 다른 공장에 부품을 공급한다. 여기에 차량 수리와 부품 재제조, 배터리 수리 등의 기능을 더했다. 현장 설명 기준 약 23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차량은 상태를 진단한 뒤 손상 정도에 따라 공정을 나눈다. 비교적 적은 정비로 복구할 수 있는 차량은 리뉴 팩토리에서, 차체 손상이 큰 차량은 바디워크 팩토리에서 작업한다. 르노뿐 아니라 푸조·재규어·아우디·포르쉐 등 약 20개 브랜드를 다룬다. 주요 고객은 장기 렌트 업체와 보험사다.
공장 측은 올해 차량 처리 목표를 4만 대로 제시했다. 업무 전환을 위한 교육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했지만 자원 재사용과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플랑에 있는 르노 리팩토리 전경. [사진=르노]](https://image.inews24.com/v1/5771c649d4d1b7.jpg)
부품 하나씩 살리고, 엔진 한 대씩 시동 걸고
엔진 재제조에서는 살릴 부품과 교체할 부품을 가려내는 일이 먼저다. 관계자는 "분해한 부품을 모두 다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마모가 심하거나 재사용하기 어려운 부품은 제외하고, 상태가 양호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부품을 선별한다"고 설명했다.
복원한 부품에는 식별 라벨을 붙여 재고로 관리한다. 이후 조립할 엔진 사양에 맞춰 필요한 부품을 모으는 키팅 작업을 진행한다. 여기에 필요한 새 부품을 더해 엔진을 완성한다.
엔진도 빠짐없이 작동 검사를 받는다. 관계자는 "조립이 끝난 엔진은 100% 전수검사를 거친다"며 "새 엔진과 동등한 품질과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검사가 끝나면 남은 연료와 냉각수 등을 비우고 포장한다.
![프랑스 파리 플랑에 있는 르노 리팩토리 전경. [사진=르노]](https://image.inews24.com/v1/73ff797718599c.jpg)
포장 공간의 나무 받침대도 재사용 대상이었다. 엔진을 받은 정비소가 보관했다가 기존 엔진을 반납할 때 다시 사용한다. 엔진 회수에는 보증금 제도를 활용한다. 교체용 엔진을 구매할 때 보증금을 내고 헌 엔진을 돌려주면 환급받는 구조다.
전기차 모터까지…자동화보다 중요한 유연성
전기차 부품 작업 공간에서는 르노 조에의 구동 모터와 전력전자 부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모터도 분해해 내부를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을 교체한다. 조립 후에는 정적·동적 검사를 거친다.
원 제작사의 기술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부품은 분해·분석해 구조와 특성을 파악한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다. 부품의 작동 원리와 고장 원인을 알아야 재제조 공정을 만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사용한 지 2년 된 차량부터 15년 된 차량까지 다양한 부품을 다룬다. 같은 제품을 반복 생산할 때와 작업 조건이 다르다. 작업자들은 여러 모델을 조립하도록 교육받고, 물량에 따라 업무를 바꿔 맡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 플랑에 있는 르노 리팩토리 전경. [사진=르노]](https://image.inews24.com/v1/05fe10c5d1b983.jpg)
관계자는 "자동화 수준을 지나치게 높이면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의 종류가 줄어들 수 있다"며 "다양한 제품을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자동화와 수작업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 부품에는 소프트웨어라는 과제도 따른다. 하드웨어를 복원해도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적용해야 한다. 보안 잠금이 걸린 제어 장치는 다른 차량에 그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관계자는 "순환경제를 실현하려면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동화 대응에 대해서는 오래된 차량을 사용하는 고객을 언급했다. 관계자는 "앞으로도 12~15년, 경우에 따라 20년 된 차량을 사용하는 고객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고객에게 필요한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전동화 전환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랑(프랑스)=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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