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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 떼고 'SDV 전장' 채운다…현대모비스, '선택과 집중' 가속


프랑스 OP모빌리티에 6000억 매각 추진⋯로봇·피지컬 AI 투자 실탄 확보
3분기 모듈 제조 마진 한계 속 전장·친환경차·A/S로 실적 방어선 구축 관측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램프 사업을 약 6000억원에 매각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전동화,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자원을 집중한다.

현대차·기아의 다양한 차종에 부품을 공급하며 넓어진 사업 영역 가운데 지속적인 설비·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전통 하드웨어 사업을 덜어내고, 성장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자본을 재배치하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 CES 2025 부스 전경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CES 2025 부스 전경 [사진=현대모비스]

17일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최근 차량용 램프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프랑스 자동차 부품업체 OP모빌리티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약 6000억원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11월 2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을 다룬다. 승인을 받으면 내년 4월 1일 램프 사업을 담당하는 신설법인을 출범한 뒤 지분 100%를 OP모빌리티에 넘길 예정이다.

다만 매각을 최종적으로 마치려면 주주총회 승인과 기업결합 심사 등 후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분할 대상 사업에 소속된 직원의 고용과 관련 권리·의무는 신설법인으로 승계된다.

범퍼 사업 재편도 추진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북미와 중국, 유럽 등에 있는 해외 범퍼 생산시설과 관련 영업권을 대상으로 국내 중견 부품업체들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퍼 사업의 거래 대상과 매각 가격, 일정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흑자 내도 이익률 3~4%…반복 투자도 부담

현대모비스가 램프와 범퍼 사업을 정리하려는 배경에는 낮은 수익성과 반복적인 투자 부담이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의 차종 확대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모듈과 핵심부품, 전동화, 전장, 램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그러나 한정된 투자 재원이 여러 제품군에 분산되면서 수익성이 높은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모듈·핵심부품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모비스 모듈·핵심부품 부문의 연간 매출은 52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5840억원으로 전망된다. 예상 영업이익률은 1.1% 수준이다.

현대모비스 CES 2025 부스 전경 [사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슬로바키아 노바키 PE시스템 공장. [사진=슬로바키아 정부 페이스북]

매각 대상인 램프 사업도 흑자를 내고 있지만 수익성이 높지는 않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기준 램프 사업 매출을 약 2조1000억원, 영업이익률을 3~4% 수준으로 추산했다. 경쟁사 에스엘과 비교하면 영업이익률이 절반 정도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램프 사업은 신차가 나올 때마다 제품을 새로 설계하고 금형과 생산설비를 갖춰야 한다.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차종별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를 반복해야 해 투입 자본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는 구조다.

삼성증권은 약 6000억원의 매각 가격을 지난해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으로 평가했다. 램프 사업의 수익성과 향후 투자 부담을 고려하면 적정한 가격이라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매각이 단순히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램프 사업도 신차가 계속 출시되는 만큼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며 “모든 영역에 자원을 분산하기보다 사업을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고, 회사는 SDV와 전동화 등 미래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6000억원 어디로…SDV·전동화 투자 여력 확대

램프 사업 매각으로 확보하는 자금의 구체적인 용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차량용 전장 제어기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의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투자에 활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와 ADAS 제어기 등 SDV 전환에 필요한 부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 자동차의 기능이 기계장치보다 소프트웨어와 통합 제어 시스템을 중심으로 구현되면서 이를 관리하는 전장부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CES 2025 부스 전경 [사진=현대모비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현대모비스의 차세대 콕핏 시스템 ‘엠빅스 7.0’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전동화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슬로바키아 노바키에서 유럽 최초의 PE시스템 전용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PE시스템은 전기모터와 인버터, 감속기를 하나로 통합한 전기차 구동 장치다. 노바키 공장은 연간 최대 28만대분의 PE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유럽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헝가리 케치케메트 공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에 공급할 섀시 모듈을 생산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현대모비스는 2033년까지 전체 핵심부품 매출에서 현대차·기아 이외 글로벌 고객사가 차지하는 비중을 4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로봇 관절 내재화…2028년 연 35만개 생산 추진

로봇 부품은 현대모비스가 새롭게 키우려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회사는 로봇 부품 연구개발 전담조직을 두고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양산을 위한 사업성 검토에도 착수했다.

액추에이터는 전기모터와 감속기, 제어장치 등을 결합해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장치다. 사람의 근육과 관절에 해당하며 휴머노이드의 동작 정밀도와 힘, 내구성을 좌우한다.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고부가가치 부품이다.

현대모비스 CES 2025 부스 전경 [사진=현대모비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센터에서 자동차 제조 작업을 학습하고 있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에서 연간 3만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생산체계를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맞춰 미국에 연간 35만개 이상의 액추에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그룹의 로봇 사업에서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핵심부품 개발과 생산을 맡을 예정이다. 자동차 부품을 통해 쌓은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기술을 로봇 관절에 적용해 부품의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매출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다만 램프 사업 매각이 곧바로 전사 수익성의 큰 폭 개선이나 신사업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SDV와 로보틱스 역시 상당한 연구개발비와 생산시설 투자가 필요하고 본격적인 수익 창출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범퍼 사업 매각 조건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존 사업을 줄여 마련한 자금을 어느 분야에 얼마나 투자하고, 신사업을 실제 수주와 이익으로 연결하느냐가 포트폴리오 재편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전동화와 SDV, 피지컬 AI로 이동하는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전통 하드웨어 사업의 비중을 낮추고 전장·전동화·로봇 핵심부품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램프 사업 매각으로 확보할 6000억원은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투자 재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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