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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쪽으로 치우친 과기정통부의 추


부총리에 어울리는 조율과 조정 나서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아버지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식에게 생존력을 키워주는 것에 주목한다. ‘네가 한 방 더 때려라’ ‘어디 가서 맞고 오지 마라’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뛰어라’ 등 강한 문장을 주로 사용한다.

아버지는 그런 면에서 ‘진흥’과 ‘성장’에 무게추가 놓인다. 자신이 이 치열한 세상에서 적자생존에 놓여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2세만큼은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추고, 그 누구보다 앞선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어머니는 조금 다르다. 자식의 안전과 건강, 무탈을 우선한다. ‘싸움이 있거든 피하거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마라’ ‘언제나 위험을 생각하고 안전부터 챙겨라’ 등의 문장이 어머니 말이다. 진흥과 성장보다는 안전과 무탈을 추구한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런 질문을 받는 아이들은 긴장한다. 곤혹스럽다. 난감하다.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질문이다. 질문 자체가 편 가르기다. 잘못 대답했다간 한쪽으로부터 실망과 탄식을 듣기 마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금 이 질문 앞에 놓여있다. 과기정통부는 이재명정부에서 부총리급으로 올라섰다. 부총리는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여러 부처를 조율하고 합의해 나가는 사령탑이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보다는 AI, 안전보다는 진흥 등에 방점을 놓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AI 우선주의’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부처 이름이 생경할 정도로 AI 몰입주의에 빠져 있다. 이재명정부가 ‘AI 3대 강국’이란 국정과제를 내세웠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은 가능하다.

AI에 밀려 과학기술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고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없애는 등 개혁 작업은 추진하고 있다. 연구 현장에 피부로 와 닿는 정책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 종사자들은 “PBS 폐지에 대한 지지가 이젠 비난으로 바뀌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배경훈 부총리의 관련 간담회 등을 보더라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AI 중심의 간담회가 과학기술 분야 일반 간담회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AI가 주를 이뤘고 과학기술 분야는 모양새만 내는 모습이었다. 심각한 불균형이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학계·산업계·연구자 현장의 실제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기보다 상명하달식으로 추진돼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여전하다. 과기정통부의 이름에 걸맞고, 부총리라는 옷에 어울리는 정책과 조율·조정이 필요하다.

안전보다는 진흥에 치우치고 있는 것은 AI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AI 진흥에 6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안전에는 274억원만 편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내년도 과기정통부 소관 AI 예산 정부안은 9조4308억원. 이 가운데 모델 개발, GPU 등 컴퓨팅, 데이터 구축을 포함한 ‘ 성능·인프라’ 예산은 6조1490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안전성 평가·검증, 레드팀, 딥페이크 대응, 윤리·영향평가 등을 아우르는 ‘안전·신뢰’ 예산은 274억원에 그쳤다. ‘AI 안전’은 AI 스스로 통제를 벗어나는 위험에 사전에 준비하는 영역이다. 해킹 등 외부 공격을 막는 ‘AI 보안’ 영역까지 합쳐도 전체 AI 예산의 2.5% 수준에 불과했다.

AI 안전 투자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AI 연구개발과 산업 활용에는 과감하게 가속페달을 밟되 위험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브레이크를 갖춰야 한다”며 “속도는 경쟁력이고 안전은 지속가능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쟁력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말만 앞서고 실천은 뒷전이다. 이런 불균형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총리가 된 과기정통부는 성과만 내서는 안 된다. 성과와 함께 균형과 그늘진 곳을 파악한 뒤 이를 각 부처 적재적소에 배치해 해결해야 하는 그런 조직이다.

이재명정부가 ‘세계 3대 AI 강국’ 등 외형적 목표와 산업화 속도전에 몰두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안전성 검증, 데이터 권리, 노동 대체 문제, 디지털 격차 등 AI 기술 도입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방지 대책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에도 주목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진흥과 성장에만 매진하는 일개 부처가 아니란 소리다. 부총리급으로 다른 중앙부처와 조율하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 대처하는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한다. 부총리급에 걸맞은 옷을 입어야 할 때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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