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케이블TV 업계의 영업이익이 8년 새 87% 급감했지만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징수율은 9년째 1.5%를 유지하고 있다. 적자를 내더라도 기금을 납부해야 하는 구조다. 케이블TV와 경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시장 환경이 달라진 만큼 기존 방송사업자에 적용되는 기금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ff590892a59517.jpg)
SO 영업이익 87% 급감…적자에도 기금 납부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케이블TV)의 방송사업매출은 2017년 2조1307억원에서 2025년 1조6399억원으로 약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86억원에서 451억원으로 약 87% 줄었다.
특히 2024년에는 SO의 영업이익이 148억원에 그친 반면 방발기금 분담금은 239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납부한 기금이 91억원 많았던 셈이다.
방발기금은 방송산업 진흥과 공익적 방송 제작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이다. 전신인 방송발전기금은 2000년 방송법에 따라 설치됐다. 2011년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개편됐다. 이 기금은 방송사업자 분담금과 주파수 할당대가 등을 재원으로 방송콘텐츠 제작, 지역·중소방송 지원 등에 활용된다.
SO는 영업이익이 아닌 방송서비스 매출액의 1.5%를 기준으로 방발기금을 납부한다. 적자를 내더라도 매출이 발생하면 기금을 내야 하는 구조다. 딜라이브는 지난해 부과된 방발기금을 기한 내 완납하지 못했다. 수익성 악화가 실제 기금 납부 여력의 문제로 이어진 사례다.
문제는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는 점이다. 과거 케이블TV는 지역별 사업권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OTT와 방송 대체 플랫폼 등의 등장으로 시장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콘텐츠 사용료 증가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감소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는 상황이다.
신호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실장은 "OTT 등장 등으로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SO의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경쟁 심화에 따른 콘텐츠 사용료 증가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감소는 SO의 경영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발기금 징수율 인하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부에 호소하는 부분"이라며 "그동안 SO가 요구한 1.3% 인하는 의무채널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채널 투자액을 반영한 최소한의 인하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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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방보다 부담률 6배…OTT는 기금 납부 제외
기금 부담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케이블TV는 지역민영방송과 마찬가지로 지역재난방송과 지역정보 제공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정부 지원과 기금 감경에서는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지역 케이블TV의 매출 대비 방발기금 부담률은 1.49%로, 지역민영방송의 0.24%보다 6배 이상 높았다. 지역민영방송은 당기순손실 발생 시 기금 감경도 가능하다.
OTT와의 차이도 크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1조542억원, 영업이익은 203억원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OTT는 방발기금 분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
서 의원은 "지상파, 케이블TV, OTT 등 방송 미디어 환경은 크게 바뀌었는데 법과 제도는 그대로 있다. 이 부분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TV뿐 아니라 IPTV도 기금 완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IPTV 역시 방송서비스 매출을 기준으로 1.5%의 징수율을 적용받는다. IPTV 3사의 분담금은 2022년 696억원에서 지난해 762억원으로 증가해 전체 방송사업자 분담금의 약 49%를 차지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IPTV 역시 2023년부터 가입자 수가 0%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며 "전체 방송사업자 방발기금 분담금에서 IPTV가 차지하는 비중이 48%를 넘는 등 기금의 IPTV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발기금이 도입 당시 방송시장 구조를 전제로 설계된 만큼, OTT 확산 등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부과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방발기금은 허가 또는 승인을 통해 과거 소수의 방송사업자가 누리던 독점적 지대를 회수해 공적 목적으로 지출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던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OTT 등 새로운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지대가 사라졌고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발생되고 있다"며 "제도가 갖는 순효과보다 레거시 미디어 부담을 높이고 위기 상황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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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수율 9년째 그대로…고시 개정 가능한데 인하 결론 못 내
SO의 방발기금 징수율은 2000년대 중반 매출 구간별 1.0~2.8%의 누진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2016년 최고 징수율을 2.3%로 낮췄다. 2017년에는 평균 1.73%였던 징수율을 1.5%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후 케이블TV의 경영환경이 악화했음에도 9년째 추가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징수율을 낮추는 데 국회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과 시행령에 근거해 소관 부처가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 현행 법령의 위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업계와 징수율을 1.5%에서 1.3%로 낮추는 방안을 협의했다. 그러나 관련 업무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로 이관된 이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올해 8월 고지된 분담금에도 기존 징수율이 적용됐다.
이에 케이블TV 사업자 13개사는 지난 8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을 상대로 2026년도 방발기금 분담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시행령 제12조는 징수율 결정 시 방송시장의 경쟁상황과 사업자의 수익규모·재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우영 의원은 "SO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는데도 징수율을 9년째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재정상태와 시장 경쟁상황을 실제 징수율 결정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방미통위는 기금 재원 감소에 대응해 기부금 제도 신설과 방송사업자 분담금의 3년 한시 감경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감경 수준과 시행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행 고시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SO 징수율조차 인하되지 않으면서, 시장 변화와 사업자 재정 상태를 실제 부과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신호철 정책실장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시행령 제12조에 명시한 대로 방송운영의 공공성, 방송시장의 경쟁상황, 해당 사업자의 시장규모 및 재정상태를 반영한 징수율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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