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가을에는 조금 게을러져도 좋다. 바쁘게 달려온 일상에 쉼표 하나를 찍고, 잔디밭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오래 붙잡아도 괜찮다.
올가을 대구 달성군에 조금 특별한 '한량주의보'가 내려진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도 없다. 그저 좋아하는 문장을 발견하고, 적어보고, 함께 즐기면 된다.
달성군(군수 최재훈)은 오는 16일부터 11월 1일까지 매주 금·토·일 총 9차례에 걸쳐 '2026 달성군 야외도서관 [틈] Vol.2'를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행사는 두 차례로 나눠 열린다. 1차는 16일부터 25일까지 화원역사문화체험관 잔디광장에서, 2차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테크노폴리스 중앙공원에서 진행된다.
올해 주제는 '문장을 갖고 노는 달성의 한량들'이다.
여기서 한량은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사람이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책과 문장,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해 강정보에서 처음 선보인 야외도서관 '틈'이 자연 속에서 책과 함께 쉬어가는 공간이었다면,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문장 놀이터'로 변신한다.
책을 조용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놀이로 확장하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구출 작전: 틈새 문장운동회'다.
스마트폰을 잠시 철창에 맡기고 문장 미션에 도전하는 체험이다. 손에서 좀처럼 놓기 어려운 스마트폰 대신 책과 문장에 집중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달성한량증'을 완성하는 체험과 명대사 맞히기, 맞춤법 문제에 도전하는 '한량들의 오타검증소'도 운영된다.
이 밖에도 만화한컷존, 레트로 타자기 필사, 문장네컷, 북BTI 등 책과 글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잔디 위에 마련되는 서재도 빼놓을 수 없다.
빈백과 텐트 하우스에 기대어 1000여 권의 책 가운데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잔디 위 서재'가 방문객을 맞는다.
책 한 권과 가을바람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만의 작은 독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인기 작가들과의 만남도 마련된다.
오는 17일 오후 3시 화원역사문화체험관 잔디광장에서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해파리 만개'의 김초엽 작가가 독자들과 만난다.
31일 오후 5시 테크노폴리스 중앙공원에서는 '독서의 기술',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의 고명환 작가가 무대에 오른다.
두 작가는 책과 문장이 삶에 남기는 의미, 독서가 일상에 가져오는 변화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번 야외도서관은 독서를 특정한 장소와 형식에 가두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도서관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공원과 잔디광장을 누구나 자유롭게 책과 만나는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시도다.
특히 가족과 친구, 연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지난해 '틈'이 책과 함께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었다면, 올해는 좋아하는 문장을 발견하고, 기록하고, 가지고 노는 경험으로 확장했다”며 “이곳을 찾는 모든 분이 자신만의 문장 하나를 발견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매력적인 공간과 책, 체험을 연결해 '틈'을 달성군에서 매년 기다려지는 대표 독서 문화 축제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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