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5천만원 금전거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손훈모 순천시장 집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지난 23일 오전 순천시청 시장실과 손 시장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번 강제수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손 시장 후보 캠프 관계자와 지역 사업가 사이에서 불거진 금전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의 연장선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지난 5월 13일에도 캠프 관계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실제 불법 정치자금 거래가 있었는지와 자금의 성격, 손 시장의 인지 또는 관여 여부 등을 수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현재까지 경찰이 시장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 영장에 적시된 구체적인 혐의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수사는 당연히 해야 한다…그러나 왜 하필 ‘추석 직전’이었나
경찰이 제기된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을 집행하는 것 역시 수사기관의 권한이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손 시장 측이 의아해하는 부분은 영장 집행의 시점이다.
손 시장 측에 따르면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당시에도 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왜 경찰이 굳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코앞에 둔 시점에 현직 시장의 집무실과 자택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남는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강제수사는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첫 압수수색 이후 약 넉 달 동안 수사가 계속됐고, 추석을 앞둔 23일 시장 집무실까지 강제수사의 범위가 확대됐다.
물론 수사기관은 증거 확보의 필요성이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해 영장 집행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추석을 앞두고 압수수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경찰에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현직 시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일반적인 강제수사와 달리 지역사회에 미치는 정치·사회적 파장이 상당하다.
더욱이 명절을 바로 앞둔 시점이라면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장실 압수수색’이라는 사실 자체가 지역사회의 주요 화제가 되고 각종 추측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부 지역 보도에서도 이번 압수수색이 추석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과 지역사회에 미칠 파장을 별도로 언급했다.
따라서 영장 집행 가능기간이 남아 있었다는 손 시장 측 설명을 전제로 한다면 “왜 이 시점이어야 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럽다.
경찰 역시 수사 보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 같은 의문이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압수수색 사실은 어떻게 언론에 알려졌나
손 시장 측에서 또 하나 짚고 있는 부분은 압수수색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과정이다.
현직 시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그 사실만으로 상당한 뉴스가치를 갖는다. 실제로 23일 오전부터 다수 언론이 전남경찰청 반부패수사2대가 시장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손 시장 측은 이 과정에서 전남경찰청 홍보부서를 통해 관련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경위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경찰 홍보부서가 어떤 경위로, 어느 범위까지 언론에 사실관계를 전달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찰이 통상적인 언론 대응 차원에서 강제수사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인지, 별도의 설명이나 자료 제공이 있었는지 등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와 언론의 취재·보도는 보장돼야 한다. 동시에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강제수사 사실이 공개될 경우 당사자에게 상당한 사회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수사의 결과뿐 아니라 수사의 절차와 대외 공개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압수수색 받았다’와 ‘혐의 입증됐다’는 전혀 다른 문제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시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곧 손 시장의 범죄 혐의가 확인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압수수색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 절차다.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와 확보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손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해당 금전거래와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다.
특히 당시 캠프 관계자와 사업가 역시 문제의 금전거래를 개인적인 거래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손 후보와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고 KBC는 보도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확인돼야 할 것은 압수수색이라는 외형적인 사건보다 그 안에 담긴 객관적인 증거다.
결국 본질은 ‘5천만원이 어디로 갔느냐’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의외로 단순하다.
문제가 된 돈의 성격이 개인 간 금전거래였는지, 아니면 선거와 관련된 자금이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돈이 전달됐다면 그 돈은 어디에 사용됐는지, 선거비용이나 캠프 운영에 사용됐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손 시장이 해당 거래를 사전에 알았거나 지시·관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경찰 역시 지난 5월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실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여부와 손 시장의 연관성·개입 여부 등을 수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사건의 결론을 좌우할 것은 ‘시장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5천만원의 출처와 사용처를 따라가는 객관적인 자금 흐름과 증거다.
손 시장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확인된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 여부를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반대로 수사 결과 손 시장과 해당 금전거래 사이의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 사실 역시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수사는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직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수사의 공정성뿐 아니라 국민과 시민이 그 과정을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신뢰 또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추석을 앞둔 시장실 압수수색의 시점과 그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과정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 역시 경찰이 가능한 범위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추석 밥상에 올라야 할 것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나 추측이 아니다.
경찰이 최종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은 ‘압수수색’이라는 장면이 아니라 5천만원의 실체와 손훈모 시장의 관여 여부를 가릴 객관적인 증거와 수사 결과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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