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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쉿, 어제도 A건설사 왔다갔어요"…목동14단지 수주전 불붙었다


6·10·12·13단지 시공사 단독응찰
'목동 최대어' 5개 건설사 물밑작업
"래미안 불참해 아쉽단 입주민 많아"
5123가구 규모에 컨소시엄 가능성도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지난 14일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뻗은 도로와 울창한 가로수가 수십년 세월을 품은 낡은 아파트 단지를 감싸고 있었다.

단지 외벽과 녹슨 놀이터 곳곳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노후아파트와 잘 갖춰진 주변상권·기반시설이 묘한 대비를 이뤘다. 재건축을 앞둔 목동 신시가지 현재를 압축해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단지 안팎은 평온했지만 재건축 화두는 이미 주민들 일상을 파고들었다. 아파트 단지 상가마다 자리한 개업공인중개업소는 시공사 선정 전망을 묻는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수십년 묵은 낡은 집을 허물고 새아파트를 짓는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주민들 관심은 자연스럽게 '어떤 건설사가 우리집을 지을 것인가'로 향했다.

목동 일대 재건축 열기와 달리 막상 뚜껑을 연 시공사 수주 레이스는 다소 싱거웠다. 목동6단지는 DL이앤씨, 10단지는 현대건설, 12단지는 GS건설, 13단지는 삼성물산이 각각 단독으로 입찰에 응한 까닭이다.

치열한 수주 각축전을 기대했던 시장예상과 달리 대형건설사들이 한 사업장을 두고 맞붙는 '경쟁구도'는 실종됐다. 치솟는 공사비와 미분양 리스크속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한 출혈경쟁을 피하고 철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탓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서울 양천구 목동 14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이한얼 기자]

하지만 목동14단지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기존 3100가구를 최고 49층·총 5123가구로 탈바꿈시키는 목동 최대 사업장인 만큼 시공권을 향한 건설사 물밑작업이 치열한 모습이다.

이날까지 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롯데건설·포스코이앤씨 등 대형건설사가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단독응찰이 이어진 다른 단지와 달리 '다자경쟁' 가능성이 엿보였다.

단지 인근 한 개업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건설사 영업 직원들이 매일같이 찾아와 주민들에게 자사 브랜드의 장점을 홍보하고 돌아간다"면서도 "다만 삼성물산 래미안이 이번 입찰에 불참한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어 "현대건설 관계자들도 입주민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삼성물산이 빠진 분위기 속에서 그다음으로 명망이 높은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들어와 주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기대감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서울 양천구 목동 14단지 관리사무소 앞 버스 정류장에 현대건설의 전면광고가 게재돼 있는 모습. [사진=이한얼 기자]

실제 목동14단지 앞 버스정류장에는 현대건설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전면광고가 걸려 있었다. 수주를 향한 건설사들의 영토전쟁이 이미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주민들은 내심 복수건설사의 치열한 수주전을 바라는 모습이었다. 공사비와 단지가치를 높이려면 건설사간 경쟁이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14단지 입주민 A씨는 "건설사간에 경쟁이 붙어야 공사비나 유리한 사업조건을 놓고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며 "한 곳만 들어와서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조건을 수용하기보다는 여러 건설사가 경합하며 더 나은 조건을 내놓게 유도하는 편이 조합원 입장에서 훨씬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14단지는 규모도 크고 입지도 독보적인 만큼 건설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으로 안다"며 "이왕이면 여러 건설사가 제대로 경쟁해서 공사비뿐만 아니라 브랜드, 설계, 단지조경 같은 상품성까지 꼼꼼히 비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도 비슷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주변 단지에서 시공사 선정이 하나둘 가시화되는 것을 보면 우리단지도 어떤 건설사가 깃발을 꽂을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들이 이토록 관심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14단지 사업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도 "조합원 입장에서는 이름 대면 알 만한 건설사가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얼마나 합리적인 조건으로 경쟁력 있는 아파트를 지어주느냐가 본질"이라며 "여러 건설사가 뛰어들어 서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판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14단지 아파트 전경

일각에서는 대형사간 컨소시엄 형태 입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인근 한 개업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재건축 시장 분위기 자체는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는 편"이라면서도 "최근 방문한 한 건설사 관계자로부터 향후 상황에 따라 대형사 몇 곳이 컨소시엄 형태로 손을 잡고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재건축 조합의 신탁사인 KB부동산신탁이 컨소시엄 입찰 불가 방침을 밝혔다는 설도 제기되면서 실제 컨소시엄 구성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건설사들은 목동14단지 상징성에 주목하면서도 막상 경쟁입찰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특정 시공사가 유리한 구도를 형성한 사업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해 판세를 뒤집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조합원 여론과 각사의 자본·인력이 한정된 만큼 경쟁입찰 가능성이 높다면 참여를 검토하겠지만 특정 건설사가 앞서는 곳보다는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 집중하는 게 최근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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