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간 첨예한 입장차이로 논의가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와 규제 형평성을 촉구하는 대형마트 업계에 맞서 소상공인과 노동계가 생존권과 건강권을 전면에 내세워 제동을 걸면서다. 당정이 지난 2월 법 개정에 뜻을 모은지 6개월이 훌쩍 넘었지만 출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상인의 생존권, 노동자의 건강권, 지속가능한 유통산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8fcdddbacf34b.jpg)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중소상인 생존권, 노동자 건강권, 지속가능한 유통산업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시민단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원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민주당·진보당 의원 7인이 공동주최한 이날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추진이 영세 유통업체 생존을 벼랑 끝으로 몰고 노동자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발제자로 나선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매출은 늘고 있고, 오프라인이 어려워도 무신사·올리브영 등은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짚었다. 대형마트 업계가 새벽배송 확대를 요구하기에 앞서 자체 경쟁력 강화와 실적개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새벽배송 경쟁이 유통업 전반으로 확산되면 오히려 산업안전 위험에 노출되는 노동자가 크게 증가하는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며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기보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새벽배송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온·오프라인 간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상인들 사이에서도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허용될 경우 골목상권 위축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용만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토론에서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국적 점포망과 물류,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형마트들이 새벽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면 지역 내 소규모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의 강점이던 신선식품까지 거대 자본 앞에서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지난 7월 상생방안 조율에 나서고 일부 상인단체가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힌 점을 두고도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박 회장은 "정부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이라는 만들어놓은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몇몇 온라인 플랫폼과 유통 대기업 마트들에 전국 지역소비를 몰아주는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상공인간 양극화만 심화시킬 뿐"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건 새벽배송 규제완화가 아닌 중소 유통기업들이 균형감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유통질서를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새벽배송 허용 추진이 특정기업 특혜가 아닌 지속가능한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근상 산업통상부 유통물류과 과장은 "정부는 유통질서 변화에 대응해 현재 유통제도가 바람직한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간 경쟁의 효율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상인과 노동자분들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계속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은 지난 2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온·오프라인 간 규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현행법상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을 받고 있어 해당시간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주문과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하지만 법 개정 추진에 뜻을 모은 지 6개월이 넘도록 논의는 공회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상생협력기금 조성과 저가 신선식품 판매 제한 등을 담은 상생안 조율에 나섰지만 소상공인과 대형마트 업계 모두에서 이견이 나오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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