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KBS 2TV 주말드라마는 요즘 OTT 시리즈물에 비하면 싱거울 정도다. 강력한 극성의 OTT 시리즈물들이 제공하는 자극성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러니 요즘 방송되고 있는 KBS 2TV 주말드라마 ‘사랑이 온다’를 보고 있으면 너무 잔잔하다는 느낌을 준다.

‘사랑이 온다’는 “깨진 가족의 파편을 모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인생 한 상을 차려내는 두 남녀의 패밀리 레시피 드라마”라고 돼 있다.
이 드라마는 갈등구조가 없을 수는 없지만, 최근까지는 극성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방송된 9회와 10회에서 고윤희로 분한 중견배우 윤유선이 그 역할을 해냈다.
이 장면은 윤유선과 동윤그룹 오너인 홍옥선을 맡은 진경 두 배우의 대화였는데, 윤유선의 에너지와 기세가 더욱 중요했다. 윤유선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역시 대사를 실감나게 살려내며 드라마를 띄우는데 기여했다. 잠깐 나와도 해줄 것 제대로 해주고 들어갔다. 적절한 ‘분노의 대사’였다.
부잣집인 홍옥선의 아들 김무진(하석진)은 가난한 집의 딸 한규림(안희연)과 사귀다 7년전 헤어졌다. 규림이 무진 엄마의 무례때문에 도피한 거였다.
현재 무진은 레스토랑 공동오너겸 수셰프. 미모의 규림은 반찬가게 직원이다. 상황이 너무 바뀌었지만, 무진은 정신연령 20살 정도 되는 8살 똘똘이 규림 아들 한결이가 자기 아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무진은 마음이 너무 복잡해, 자신을 줄기차게 짝사랑해온 장서현(이주연)과 남자 여자로 사귀자고 말했다. 물론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다.
아들을 부잣집 서현과 결혼시키고 싶은 무진 엄마인 진경과 서현 엄마인 윤유선이 만났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윤유선은 규림의 친모이고 서현의 의붓엄마다. 지난 주말에는 친딸과 의붓딸을 둘러싼 복잡한 모녀 관계와 이들의 중심에 선 고윤희(윤유선)의 모정이 눈길을 끌었다.
“8년전 여자와는 헤어졌어요”(윤유선)
“걔하고는 7년전에 갈끔하게 헤어졌죠. 아니 걔는 그냥 꽃뱀일 뿐이었다니까요?”(진경)
“꽃뱀인지 아닌지 회장님이 어떻게 알아요. 걔가 꽃뱀짓 하는 거 회장님이 보셨어요? 그 아이도 그 부모한테는 귀하고 소중한 자식일텐데. 어떻게 이렇게 말을 함부로 하시냐고요. 그 아이 부모가 들으면 피를 토해요. 명색이 기업회장이라는 분이 인격이 이것밖에 안되세요?(윤유선)
“서현 엄마 지금 저한테 실수하시는 것 같은데요”(진경)
“실수는 회장님이 하셨죠. 아무튼 전 눈에 흙이 들어와도 두사람 교제 허락 못해요”(윤유선. 나가버리며)
“어~ 기가 막혀. 참자 참자”(진경 혼자)
이 대사만으로 드라마는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이경희 작가의 대사는 절묘하다. 다소 강하다고 느껴질 대사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누가 자기 딸을 꽃뱀이라 하는데, 이보다 더한 막말도 용납된다. 작가의 대사는 극성과 리얼리티 모두 살렸다.
재혼한 남편 장훈태(권해효)를 내조하며 평소 조용하게 지내는 윤유선은 이 대사의 맛을 완전히 살려냈다. “고윤희가 홍옥선한테 한마디 한 거 사이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고윤희(윤유선)가 김무진을 반대하는 데에는 두 딸을 향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무진이 죄책감 때문에 장서현에게 고백했다고 판단한 고윤희는 의붓딸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
동시에 과거 ‘꽃뱀’이라는 오해와 수모를 겪으며 김무진을 떠나야 했던 친딸 한규림을 안타까워했다. 김무진을 향한 고윤희의 단호한 태도에는 두 딸을 모두 지키려는 모성애가 담겨 있었다.
규림의 생모이자 서현의 계모인 고윤희(윤유선)의 가슴은 찢어진다. 10회에서는 무진을 찾아가 “지켜주지도 못할 거면서 규림을 왜 만났냐”면서 “함부로 사람 짓밟는 너희 같은 집에 내딸 서현이 주기 싫어. 그러니까 제발 이쯤에서 포기해줘 무진아”라고 따졌다.
앞으로 윤희는 친딸인 한규림과 만나게 되면 해결할 게 많다. 규림은 장녀와 가장으로서 희생하며 부담을 안고살며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도 포기하고 살았다. 고윤희가 숨기고 있는 진실과 마주했을 때 불어닥칠 충격과 파장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앞으로 윤유선은 또 다른 내공으로 이를 보여줄 것 같다. 때로는 절절하고, 때로는 인간적으로...
/서병기 기자(w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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