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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 경마공원·방첩사 일대 9800가구 공급에 반발…“도시 수용 한계 넘어”


정부, 시설 이전·주택 착공 2029년 12월로 앞당겨…과천시 “전면 재검토해야”
교통난·생활 인프라 포화에 경마공원 이전 따른 세수 감소 우려…신계용 “주택 수 채우기식 공급 수용 못해”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정부가 과천 경마공원(렛츠런파크)과 국군방첩사령부 일대를 활용해 9800가구 규모의 주택을 조기에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자 과천시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는 이미 지식정보타운을 비롯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경우 교통과 상·하수도, 학교 등 도시 기반시설의 수용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며 정부에 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경기도 과천시는 13일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과천 경마공원과 국군방첩사령부 일대 개발계획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사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되는 사업 방식에도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정부 대책에는 해당 지역의 시설 이전과 주택 착공 시점을 2029년 12월로 앞당기고 약 9800가구 규모의 주택 건설을 조기에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개발제한구역(GB) 해제 총량 규제의 예외 적용 등을 통해 관련 행정절차와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수도권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시는 정부 계획이 주택 공급 규모와 속도에 집중한 나머지 실제 도시가 감당해야 할 교통 수요와 생활 기반시설 부담, 도시 자족 기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1만가구에 가까운 신규 주택이 추가될 경우 과천의 기존 도시계획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과천은 현재도 여러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을 비롯해 주암지구와 과천지구, 갈현지구 등의 개발이 추진되면서 주거·업무시설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른 인구와 교통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또 출퇴근 시간대 과천대로와 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 남태령고개 등 서울과 경기 남부를 연결하는 주요 도로의 교통 혼잡은 과천시가 해결해야 할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기존 개발사업에 따른 교통 수요도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9800가구 규모의 주택이 추가될 경우 주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교통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천시청 전경 [사진=과천시]

시는 이에 따라 신규 주택 공급에 앞서 실효성 있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한 교차로 개선이나 일부 도로 확장 수준을 넘어 서울과 경기 남부를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확충과 대중교통 수송 능력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하수도와 학교 등 필수 생활 인프라의 수용 능력도 쟁점이다. 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개발사업만으로도 상수도 공급과 하수처리시설, 교육시설 등 도시 기반시설에 상당한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주택 공급이 추가되면 기존 시설의 증설 또는 신규 설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택 입주가 시작된 뒤 뒤늦게 학교와 교통시설 등을 확충하는 기존 개발 방식이 반복될 경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활 불편과 사회적 비용은 기존 주민과 신규 입주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주택 공급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기반시설 수요와 재원 부담, 설치 시기까지 포함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가 정부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마공원이 지역경제와 지방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과천 경마공원은 단순한 대규모 시설을 넘어 과천시의 주요 지방세원 가운데 하나다.

시에 따르면 경마공원을 통해 들어오는 지방세는 연간 500억원 이상으로 시 전체 예산의 약 10% 수준을 차지한다. 경마공원이 별도의 재정 보완책이나 대체 세원 마련 없이 이전할 경우 과천시의 안정적인 세입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는 단순히 세수 감소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인구가 증가하면 교통과 복지, 교육, 환경, 행정서비스 등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 수요는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기존 핵심 세원이 줄어들 경우 과천시가 증가하는 행정·복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는 경마공원 이전 이후 해당 부지를 대부분 주거용으로 활용할 경우 도시의 자족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주거 인구만 증가하고 기업이나 업무·상업시설 등 안정적인 일자리와 세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족 기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과천이 서울과 인근 도시로 출퇴근하는 주거 중심 도시로 고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는 정부가 해당 부지 개발을 추진하려면 주택 공급량을 우선 결정하기보다 광역교통망과 자족시설, 산업·업무 기능, 생활SOC, 지방재정 영향을 포함한 종합적인 도시계획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시는 정부가 지역에 미칠 영향을 놓고 실질적인 사전 협의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시설 이전과 인허가 절차 단축, 착공 시기 등을 제시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도시의 장기적인 공간구조와 환경, 교통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주택 공급 속도만을 이유로 관련 절차를 지나치게 단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필요성과 별개로 해당 지역의 도시 여건과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계용 시장은 정부 계획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신 시장은 “정부가 개발제한구역 해제 총량 규제 예외와 착공 일정 조기화까지 내세우며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충분한 광역교통대책이나 자족용지 확보 없는 주택 수 채우기식 공급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주택 공급으로 발생하는 교통과 생활 인프라 부담은 결국 시와 시민이 감당하게 된다”며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시민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택 건설과 시설 이전 추진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앞으로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에 사업 재검토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지역사회와 관계기관 등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가 후속 절차에 착수할 경우 교통·환경·재정·도시계획 측면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구체화해 전달하고, 지역 의견이 사업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 부지를 활용한 신속한 공급이 필요하지만 시는 도시 면적과 기존 개발사업, 교통·생활 기반시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추가 공급은 또 다른 도시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이번 사업의 핵심 쟁점은 ‘9800가구를 얼마나 빨리 공급하느냐’보다 대규모 인구 증가를 과천이라는 도시가 감당할 수 있도록 교통·교육·환경·재정·자족 기능을 어떻게 함께 확보하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정부가 향후 지자체 및 지역사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주택 공급 규모와 개발 방식, 광역교통대책, 경마공원 이전에 따른 재정 보완책 등을 어느 수준까지 조정할지가 사업 추진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천=이윤 기자(uno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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