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화려함과 소박함, 집중과 저변 확대, 가벼움과 무거움을 함께 담고 있는 부처이다. 화려함 등은 주로 정보통신이 담당한다. 반면 저변 확대는 과학기술이 그 몫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재명정부 들어 과기정통부의 역할은 화려함과 집중에 방점이 놓였다. 그 핵심은 AI(인공지능)이다. AI 3대 강국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관련 예산도 대폭 늘었다. 여기도 AI, 저기도 AI, ‘AI 전성시대’이다. 과기정통부 보도자료에도 AI가 넘쳐난다.
위기의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 시간이 흘러도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과 존중을 받는 이유가 있다. 이순신 장군은 ‘스포트라이트와 집중’을 받았는데 그것을 자신의 몫으로만 챙기지 않고 저변 확대를 알았던 장군이다.

그동안 수없이 이순신 장군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에서 장면은 모두 달라도 하나의 메시지는 공통적이다. “장군과 그 휘하 장졸, 백성들까지 모두 일심동체가 돼 위기의 조선을 구했다”는 메시지다.
누군가는 배를 만들고, 노를 젓고, 활을 쏘고, 북을 두드리고, 밥을 짓고, 물길을 찾고…수없이 많은 이들이 제 역할을 열심히 해 냈다. 그 결과물이 이순신의 지휘 아래 빛을 발한 것이다.
‘배와 노와 활과 북과 밥과 물길’이란 저변 확대가 없었다면 ‘이순신 신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저변 확대’가 없었다면 이순신 장군도 위기의 조선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역사는 ‘배와 노와 활과 북과 밥과 물길’을 담당했던 이들의 이름을 비중 있게 기록하진 않는다. 후손들이 다만 기억해 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년 연구’ ‘뚝심 있는 연구’ ‘한 우물 파는 연구’에 대한 성과 알리기에 나섰다. 과기정통부의 ‘기초연구사업’ 지원 성과물들이다. 기초연구사업은 길게는 10년 동안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주에 감염병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초고효율 심자외선 LED 소재 개발’이란 성과물이 나온 바 있다. 이번 주에도 또 하나의 연구 결과물이 공개된다. 10년 동안 해당 분야를 연구해 온 과학자의 노력과 뚝심을 다뤘다.
10년 동안 연구해 왔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실패한 사례도 없지 않다. 실패가 곧바로 포기는 아니다. 그 실패가 또 하나의 저변 확대의 기본이 된다. AI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에서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에 관한 관심이 무뎌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10년 연구’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성과물 알리기는 그런 측면에서 과학기술이 국민과 소통하는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국민과 눈을 맞추는 시간이다.
기초연구사업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니 어떤 성과물이 있는지 알리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일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성과물 알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과대 포장하거나, 덜된 성과물을 꺼내오거나, 연구가 진행 중인 것을 성급하게 앞세우는 등의 ‘구습’은 버려야 할 것이다.
AI라는 ‘스포트라이트와 빛’에 밀려 상대적으로 과학기술이 홀대받고 있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과학기술은 그동안 소박함속에 저변을 확대해 온 기둥이다. 과학기술이 없었다면 지금의 IT와 AI는 존재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지금도 곳곳에서 배를 만들고, 노를 젓고, 활을 쏘고, 북을 두드리고, 밥을 짓고, 물길을 찾고 있다. 역사가 그들을 기록하고 알아주지 않아도 그들은 크게 노여워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스스로 과학자의 역할을 자리매김하고, 연구를 계속하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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