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금의 정부에 종속된 에너지 정책으론 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 탈탄소 사회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의 전력산업 전반에 대해 규칙과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 규제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일 정부는 2026년을 ‘에너지 대전환의 성과 원년’으로 선언했다.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원전 약 10기에 해당되는 규모) 보급, 전력망 확충, 전력 시장 개편 등 굵직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이러한 기조와 달리 지난달 발표된 광주·전남 특별법 초안에는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이 포함됐다. 전력산업 구조가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제주도 한림읍 월령포구에 있는 풍력발전기가 석양을 받으며 돌아가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3ad0f82d8fe8d5.jpg)
이는 정책 목표와 전력산업의 실제 작동 방식 사이에 여전히 구조적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출력제어, 투자 지연, 계통 병목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설비 확대와 사업 계획만으로는 에너지 대전환의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5일 기후솔루션과 국제 에너지 규제 전문 기관 RAP(Regulatory Assistance Project)는 이러한 간극의 원인을 전력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았다.
관련 보고서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연되는 원인이 개별 사업이나 기술 부족이 아니라 독립 규제 기관 부재, 한전 중심의 수직 통합 구조, 화석연료 중심으로 설계된 시장 제도에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전력 규제의 독립성, 계통 운영의 중립성, 가격 신호와 투자 인센티브의 왜곡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제시했다.
기후솔루션 측은 “에너지 대전환을 둘러싼 정책 논의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에서 ‘어떤 원칙으로 운영해야 늘릴 수 있을 것인가’의 근본적 문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여전히 10% 미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전력산업은 중앙집중형 대규모 시스템을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수요자원, 분산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자원이 계통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 결과 계통 운영과 투자 결정 또한 기존 발전자산 유지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보고서는 한전이 송·배전, 판매, 발전 자회사 지분을 동시에 보유한 수직 통합 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구조적 제약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측은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한전 발전 공기업의 통폐합 논의에 앞서 한전의 송·배전 부문의 독립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 규제기관 설립을 전력산업 구조 전환의 시급한 과제로 지목한 셈이다. 기후솔루션 측은 “현재 전력 규제는 정부 부처에 종속된 구조로 운영된다”며 “요금·허가·시장 규칙과 같은 핵심 결정이 정치적·단기적 판단의 영향을 받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기후솔루션과 RAP는 국무총리실 산하 또는 별도의 독립기구 형태로 전력 규제 기관을 분리하자고 제안했다. 고정 임기와 명확한 법적 책무를 부여해야 장기적이고 예측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한가희 전력시장계통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한 설비 보급의 문제가 아니라 구시대에 설계된 전력산업 전반의 원칙을 바꾸는 문제”라며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전력산업 개편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사회적 소통에 나서야 지속가능한 전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RAP는 1992년에 설립된 글로벌 싱크탱크로 전 세계 규제당국에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여 경제적이고 청정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비영리 기구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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