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효빈 기자] KT 대표 자리는 유독 '경영'보다 '정치'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온 자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됐고 그때마다 외풍 논란이 반복됐다. 그리고 지금 KT는 또 한 번 같은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선임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33명의 지원자를 8명으로 압축했고 오는 9일 4명 16일 최종 후보 1인을 정하는 일정이 가동됐다. 이번 공모에는 사내 지원자가 1명뿐이고 사외 후보자가 대거 몰리며 '역대급 경쟁'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이 인사판에 또다시 정치권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지난달 성명을 내고 "모든 사태의 원인은 수십 년간 KT를 병들게 한 특정 학연·지연 중심의 파벌 경영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더 이상 과거의 악습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선출을 KT '환골탈태'의 마지막 기회로 삼고 출신 성분을 배제하고 철저히 '실력' 중심의 인사를 선출하라"고 촉구했다.
낙하산 배제와 실력 중심 인사라는 명분 자체는 타당하다. 다만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2023년 윤경림 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이 최종 후보에 올랐을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 역시 "(내부 출신끼리)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수법"이라며 '그들만의 리그'라고 KT 이사회를 압박한 바 있다. 당시 이런 외풍을 가장 강하게 비판했던 쪽이 바로 민주당이다.
이런 대표 선임 구조에서는 새로운 대표가 중장기 전략을 일관되게 밀어붙이기 자체가 쉽지 않다. 신임 수장이 장기간 추진해야할 전략보다 다가올 정치 지형 변화와 정권 기류를 먼저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T가 수차례 성장 동력을 키우다 중간에 방향을 틀어야 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KT 전략은 전임 구현모 대표가 추진하던 AI '믿음'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중심 협력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탈락 이후 다시 '믿음2'를 꺼내 들며 전략 방향은 다시 흔들렸다. 김영섭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뒤에 바로 이사회에서는 MS 협력 계약에 관한 재검토 요구가 더해졌다.
통신사의 역할은 단순한 민간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성패와도 직결된다. 그런데 정치권이 KT 인사에 '감 놔라 배 놔라' 개입하는 순간 이 전략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KT 대표는 인사는 더 이상 정권 교체와 함께 리셋되는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민간기업의 수장은 정치가 아니라 경영의 논리로 뽑혀야 한다. 반복돼 온 KT의 '외풍 경영'도 이제는 끝나야 한다.
/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