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성공을 발판 삼아 방사성의약품(RPT)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세포를 정밀 타깃하는 RPT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 원료 공급망을 강화하고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RPT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 세노바메이트가 미국에 출시된 뒤, 불과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4595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는 세노바메이트에서 나오는 수익을 기반으로 RPT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두 번째 후보물질 'WT-7695'의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미국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WARF)으로부터 확보했다. 계약 규모는 8400억원에 달하며, 이는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을 포함한 금액이다. 향후 상업화 시 발생하는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로 지급한다.
이로써 RPT 투자 비용에만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풀라이트 테크놀로지스(Full-Life Technologies)로부터 최대 7921억원 규모로 후보물질 'SKL35501'을 도입한 바 있다. 이번 WT-7695 계약까지 더하면 RPT 후보물질 도입 누적 규모는 1조6000억원을 상회한다.
RPT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이하 원소) '악티늄-225'의 공급망도 확대했다. 지난해 미국 테라파워, 올해 초 벨기에 판테라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독일 에커트앤지글러와도 계약에 성공했다. 악티늄-225는 토륨-229라는 원소가 중성자에 의해 변환되거나 고에너지 입자 충격을 받아 생성되는데, 이 과정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돼 제조와 수급에 제한이 있다.
SK바이오팜이 RPT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데에는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RPT는 원소와 암세포를 타깃하는 벡터로 구성된다. 원소는 동위원소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핵심 작용제이고, 벡터는 이를 정확히 암세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벡터는 암세포 특성에 맞춰 항체·펩타이드·저분자화합물 등으로 선택 가능해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다. 즉 벡터의 종류에 따라 △항체 방사성의약품(ARC)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 등 개발이 가능한 셈이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브리스톨마이어스퀴브(BMS) 등이 RPT 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잠재력 때문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 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RPT 시장 규모는 75억1000만 달러(약 11조원)로 집계됐으며, 오는 2034년에는 144억4000만 달러(약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7.5%다.
SK바이오팜은 연내 SKL35501 임상 1상 돌입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RPT 사업본부도 신설했다. RPT 사업본부는 파이프라인 발굴과 후보물질 임상 수행, 글로벌 사업개발 등 업무를 담당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SKL35501의 1상 시험계획(IND)와 글로벌 임상도 계획대로 준비되고 있다"며 "추가 후보물질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앞으로 완성도 높은 RPT 밸류체인을 내재화해 RPT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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