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 의결 정족수 기준의 열쇠를 쥔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무위원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151명)으로 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투표수 192표 중 찬성 192표로 가결됐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출장으로 표결에 불참했지만,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당론에도 불구하고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정족수가 대통령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찬성이라는 입장과 국무위원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이라는 입장으로 엇갈렸다. 그러나 우 의장이 결국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 실현됐다.
우 의장은 "의결정족수에 대해 일부 의견이 있지만,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은 직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번 안건의 탄핵 소추 대상자는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국무총리"라고 말했다.
우 의장의 입장 표명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곧바로 의장석을 둘러쌌다. 이들은 "원천 무효", "직권 남용", "의장 사퇴" 등 구호를 통해 항의했지만, 우 의장은 "국회의장이 충분히 검토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파국파탄 탄핵폭주 규탄대회'를 통해 "표결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우 의장이 제멋대로 단순 과반수를 넘으면 가결되는 것으로 정했다"며 "3분의 2에 미치지 못하므로 원천 무효이고 투표 불성립이 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헌재에 판단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탄핵소추안 관련 권한쟁의심판청구 및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청구인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고, 피청구인은 우 의장이다.
주 위원장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사유는 헌법상 탄핵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탄핵 사유 자체는 법률적·헌법적인 위반이 전혀 없다"며 "총리로서 법률안 거부권 행사 건의, 비상계엄 국무회의 심의 반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등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수행한 직무이지 '탄핵 사유'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 의장을 향해선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 의장은 대통령에 준하는 가중 탄핵정족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위헌적 해석"이라며 "국민의힘의 탄핵소추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고 국민 대표권을 훼손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국회법 위반으로 무효 선언 및 효력 정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로써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 14일 이후 13일 만에 막을 내렸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이어받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지만,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관 임명 논란에 따른 '탄핵 가능성'이 잠재적 위기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한 이후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계속되는 탄핵 위협으로 행정부 역량은 위축되고 국무위원의 존재 이유는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후 한 총리 탄핵 이후 발표한 서면 대국민담화에서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비롯해 상설특검 추천 의뢰, 내란·김건희 특검 공포 등 사안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 총리 탄핵을 반대하는 탓에 야당에선 '탄핵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에 여야는 벌써부터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에 돌입했다. 한 손에는 '탄핵 카드'를 쥔 채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촉구하는 민주당과 임명 보류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간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최 권한대행에게 (한 총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최 권한대행이 탄핵당하면 향후 대응책은 무엇인가'라는 취재진 질의에 "가정을 전제로 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제발 국정이 안정되길 바라며 국민의힘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된 '내란수괴 윤석열 규탄대회'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방해한 한 총리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지었는지 확인했다"며 "최 권한대행은 즉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고 경고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고, 이미 발효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따라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라"면서 "대통령 권한이 아닌 '대통령의 의무'라는 점을 유념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을 반대했다고 했지만, 12·3 내란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이제 최 권한대행에게 내란 종식에 협조할 책임이 주어졌으니, 과오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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