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충당부채만 작년 순익의 20%인 삼성생명

[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삼성생명이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즉시연금 소송)의 후폭풍을 겪고 있다. 작년 순이익의 21%에 해당하는 금액을 충당부채로 쌓았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 3분기 즉시연금 소송의 패소에 대비해 199억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했다. 누적 충당부채는 3980억원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2021년 상반기 즉시연금 소송을 시작한 뒤 충당부채(지출의 시기 또는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를 쌓기 시작했다. 충당부채로 2780억원을 처음 쌓은 뒤 분기별로 100억~400억원 정도를 적립했다.

즉시연금은 보험료를 한 번에 내고 이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해 매월 연금으로 받는 상품이다. 삼성생명은 월 연금액에서 일부를 떼 만기 환급금 재원을 준비했다.

가입자들은 삼성생명이 월 연금액 일부를 떼 만기 환급금 재원에 활용하는 줄 몰랐고, 약관에도 이런 사실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소송에서 지면 가입자에게 충당부채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소송에서 이기면 그동안 쌓은 충당부채는 기타 영업 수익으로 환입한다. 충당부채를 쌓은 이유가 보험사의 영업 활동인 보험 계약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즉시연금 소송을 대비해 충당부채를 더 쌓아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충당부채 액수를 분기별로 추가 인식한다. 매 결산일 기준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계약(즉시연금 보험금 지급 계약)과 연 5% 지연 이자를 추정해 산출한다.

충당부채는 비용으로 회사의 이익을 낮춘다. 삼성생명은 지난 2021년 2분기 즉시연금 충당부채 2780억원을 인식하면서 전년 대비 75.1% 급감한 순이익 1168억원을 거뒀다.

늦어지는 판결도 변수다. 업계는 대법원이 삼성생명을 포함해 다른 생보사의 즉시연금 소송 내용을 고려해 판결을 내릴 것으로 관측한다. 현재 대법원에 올라간 다른 생보사의 즉시연금 소송은 내용이 비슷하다.

검토해야 할 자료가 많다 보니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판결이 늦어지면 지연 이자도 충당부채로 계속 쌓아야 한다.

소비자 측 공동소송을 맡고 있는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대법원이 판결까지 5년 이상 검토하는 사안도 있다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