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檢, 주가조작 불기소…"김 여사는 몰랐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아온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로 판단하고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와 같은 혐의를 받아온 그의 모친이자 윤석열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사 착수 4년 6개월만이다.

서울중앙지검은 17일 오전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주가조작)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계좌서 주문 나왔다고 범행 단정 못해"

수사결과를 직접 발표한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앞서 기소된 시세조종 세력 모두 피의자에게 시세조종 내지 주가관리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고, 김 여사 또한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관리‧운용을 위탁한 계좌들로부터 시세조종성 주문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들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계좌를 일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했다. 직접 운용한 계좌 역시 권 전 회장이 시세조종을 목적으로 매매 요청했다는 사실을 김 여사가 알고 있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10년 10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소개받은 이모씨 등 3명에게 주식 계좌를 위탁하거나 권 전 회장 요청을 받고 주식을 매매하는 수법으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아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6개 계좌 중 신한투자증권·DB금융투자·미래에셋증권·DS투자증권 등 4개 계좌 운용을 이씨 등에게 일임하고 대신증권·한화투자증권 등 계좌 2개는 직접 운용했는데, 권 전 회장 등에게 유죄가 인정된 시세조종 범행 총 98회 중 절반 정도인 47회가 김 여사 계좌에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은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세력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신한투자증권과 DB증권 계좌를 이용한 주가조작 혐의는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렸다. 한화투자 거래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대신증권과 미래에셋, DS증권 거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결했다.

이날 검찰은 김 여사가 직접 운용한 계좌 중 한화투자 계좌에서 발생한 통정매매(매매자간 사전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가 1건을 범죄라고 보지 않았다. 당일 거래된 2만 3000주 중 통정매매는 단 1건 이고, 이무렵 주가조작 세력과 연락한 정황이나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세력과 연락 정황·증거 없어"

또다른 직접운용 계좌인 대신증권 계좌에 대한 판단에서는 "주문녹취 전반을 확인한 결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상의하며 매매를 결정하는 모습이 확인됐고, 계좌에 있던 62만주 상당이 11거래일 동안 순차 매도되는 과정에서 특이점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다만, 매매 마지막날 있었던 통정매매는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연락을 받고 증권사 직원을 통해 2회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나 당시 구체적 연락내용이나 김 여사가 시세조종임을 알았는지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위탁 운용한 미래에셋 계좌상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김 여사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로 결정했다. 권 전 회장 등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내지 주가관리 사실을 알린 적이 없고, 본인과 주가조작세력의 진술이 모두 일치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검찰은 결국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을 권 전 회장이 전부 주도했고,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등 권 전 회장에게 투자를 맡겼던 초기투자자(전주)들은 대부분 범행과 관련이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김 여사와 모친 최씨 뿐만 아니라 초기투자자 역시 모두 이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 대통령 장모·초기 전주들도 무혐의"

수사팀 관계자는 "이 사건은 주범 권오수가 주포 등과 함께 시세조종하면서 주포(주식 매매로 실제 주가를 조작한 세력)들 요청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주식 상장 전부터 투자해 온 김 여사 등 '초기투자자들' 계좌와 자금을 자신의 범행에 활용한 것이 사건의 실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초기투자자 등 계좌주를 전반적으로 조사했으나 김 여사와 유사하게 권 전 회장을 신뢰해 투자를 계속하던 과정에서 권 전 회장의 소개·요청 등으로 자금 또는 계좌를 제공한 것일 뿐, 권 전 회장 등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했다고 볼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주들 중 앞서 주가조작 방조죄로 기소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손모씨나 관련 사건에서 같은 혐의로 약식기소된 전주들과 김 여사의 다른 점도 설명했다. 검찰은 "손씨 등의 경우 대량의 자금을 동원해 공격적 투자를 하는 전문투자이거나 전직 증권사 직원 또는 투자업자로서, 과거에도 이들의 작업에 참여한 전력 있을 뿐만 아니라 권 전 회장 등의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음은 물론, 주가조작세력과 직접 연락했다"고 했다. 반면, 김 여사는 주가조작세력과 직접 연락한 증거가 없고, 주식 거래나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반 투자자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한 증거로 주가조작 세력들간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1차 주포 이모씨와 2차 주포 김모씨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4월 사이 통화에서 "권오수는 그때 당시에는 건희 엄마가 필요하니까, 건희한테 잘해주는 척 하면서, 돈 먹여줄 것처럼 뭐 이래 가지고 한거지" "(김건희) 걔? 뭐 먹은 것도 없을걸, 괜히 뭐 하고 뭐 하고 그냥 권오수가 사라고 그래갖고, 샀다가 뭐 하고 팔았지" "아이 김건희만 괜히 피해자고" "김건희를 어떻게, 뭐 뭐냐고, 그냥 one of them이지 맞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2020년 4월 검찰이 열린민주당 인사들 고발을 접수받고 수사에 착수한 이후 대화 내용이다.

"수사팀 일치된 의견"

조 차장은 수사 경과와 관련해 "김 여사 명의 계좌 6개가 시세조종 범행에 사용되었다고 보고 김 여사도 주범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하고 가담했는지 여부를 계속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 전화주문 녹취, 주범들 간 문자메시지 및 통화 녹취 등 물적 증거, 시세조종 관련자들의 진술 및 관련 사건 판결 내용 등을 토대로 피의자에 대한 추가 서면조사 및 대면조사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조 차장은 그러면서 "이번 수사결과는 권 전 회장 등 2명을 기소한 이후로도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판결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며 "수사팀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