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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스토리텔링 하는 법] <7> 영웅답게 시련을 즐겨라


시련이 영웅을 만든다. 영웅은 시련 자체가 보통 사람과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남다른 역량을 얻기 위한 시험(자격시련)을 치르고, 남다른 과업을 위해 승부를 거는 고초(결정시련)를 겪어야 하며, 남다른 영광을 누리기 위한 고난(영광시련)을 견뎌야 한다. 차원이 다른 시련을 차례차례 통과해야 영웅이 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시련은 영웅답게 즐겨야 하는 것이다.

내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만큼 황당하고 수치스러운 시련도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21세에 '애플'(Apple)을 설립하고 9년 뒤 쫓겨났다. 그것도 자신이 공들여 사장으로 영입한 존 스컬리에게서 말이다. 충격을 받고 자살할 것을 걱정한 마케팅 이사가 집에 찾아가 한동안 머물기도 했다. 나중에 잡스는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고의 사건이었다'고 회상했다. '성공의 무거움이 다시 초보자의 가벼움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왼쪽)과 허두영 라이방 대표.

'우주 돈키호테'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도 합병한 회사 '페이팔'(Paypal)에서 몇 달 만에 해고당했다. 그것도 신혼여행 중에 말이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파랑새의 아버지' 잭 도시는 경영스타일 때문에 자신이 만든 '트위터'(Twitter)에서 2년 만에 잘렸고, '우버'(Uber)를 돌린 트래비스 캘러닉은 추문으로 쫓겨났다. 'CHAT GPT'를 터뜨린 샘 올트만도 사업방향 때문에 '오픈AI'(Open AI)에서 해임됐다가 며칠 만에 복귀했다.

강력한 경쟁자의 압박도 어마어마한 시련이다. '해적'끼리의 전투다. 특히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거물급 '해적 선장'의 경고는 스타트업의 '작은 해적선'에겐 폭풍으로 다가온다.

'드롭박스'(Dropbox)의 드류 휴스턴은 잡스의 제안을 거절한 뒤 '아이클라우드'(iCloud)에 맞서 싸워야 했다. [사진=픽사베이]
'드롭박스'(Dropbox)의 드류 휴스턴은 잡스의 제안을 거절한 뒤 '아이클라우드'(iCloud)에 맞서 싸워야 했다. [사진=픽사베이]

'드롭박스'(Dropbox)의 드류 휴스턴은 잡스의 제안을 거절한 뒤 '아이클라우드'(iCloud)에 맞서 싸워야 했고 '스포티파이'(Spotify)의 다이엘 에크도 '아이튠즈'(iTunes)를 안고 방해공작을 벌이던 잡스와 설전을 벌였다. '오라클'(Oracle)의 래리 엘리슨은 빌 게이츠의 공격에 시달리다 못해 탐정을 써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휴지통까지 뒤지면서 법정에서 다퉜다.

사업모델이나 경영철학에서 오는 구조적인 시련은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는 '스냅챗'(Snapchat)은 첫 흑자를 내는 데 8년 걸렸고 '스포티파이'는 음원 수익의 70%를 음반제작자에 주다 보니 적자를 벗어나는 데 15년 걸렸다. 연구개발에 계속 투자하는 제프 베조스의 고집 때문에 '아마존'(Amazon)은 흑자로 돌아서는 데 13년 걸렸다. 그것도 구조조정과 환차익으로 얻은 성과다.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우주 로켓 기업 블루오리진의 달 착륙선 '블루문' 공개 행사가 열려 제프 베조스 아마존 대표(CEO) 겸 블루오리진 대표가 블루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우주 로켓 기업 블루오리진의 달 착륙선 '블루문' 공개 행사가 열려 제프 베조스 아마존 대표(CEO) 겸 블루오리진 대표가 블루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물섬을 찾겠다고 망망대해에서 얼마나 오래 떠돌 수 있는가?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가는 데 10년 걸렸고, 아이네아스도 로마에 정착하는데 7년 넘게 걸렸다. 연구개발이 무거운 바이오 스타트업은 어차피 '신화적인' 시간을 떠돌아다녀야 할 운명이다. '모더나'(Moderna)의 로버트 랭어는 혈관 생성억제제에 관한 논문이 의약품으로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데 28년 걸렸다. 2010년 창업한 뒤 코로나19 백신으로 인정받는 데도 또 10년 걸렸다.

투자라도 받으면 망망대해라도 떠돌 수 있지 않을까? 거의 다 부서진 난파선에 바글거리던 '바퀴벌레'들의 희망이다. 살던 집의 월세를 내지 못해 '에어비앤비'(Air B&B)를 창업했던 브라이언 체스키는 빚을 돌려막는 신용카드가 하도 많아 별도 바인더에 모아 관리했다. 사무실 월세조차 밀리자 직원 15명을 집으로 들여 업무와 숙식을 함께 해결했다. 우글거리던 그들은 마침내 '바퀴벌레'(Cockroaches)라 '칭찬'받았다. 핵전쟁이 난 핵겨울(Nuclear Winter)에도 살아남는다는 그 바퀴벌레 말이다.

사생아로 버림받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은 "내겐 성공하는 데 도움 될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사진=뉴시스]
사생아로 버림받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은 "내겐 성공하는 데 도움 될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사진=뉴시스]

사생아로 버림받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은 "내겐 성공하는 데 도움 될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실리콘밸리의 사무라이'다운 말이다. 넷플릭스를 창업한 마크 랜돌프는 아내에게서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악담'까지 들었다. 영웅이 되려면 자격시련→결정시련→영광시련으로 계속 이어지는 시련의 무게를 멋진 '신화'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정규 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은 IBM, 보안회사, 테크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재단, 감리법인에서 중간관리자, 임원,대표이사, 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지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벤처창업을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프로세스/프로젝트/IT컨설팅을 강의하고 있다. 또 프로보노 홈피에 지적 자산을 널어 놓는다.

◇허두영 라이방 대표는 전자신문, 서울경제, 소프트뱅크미디어, CNET, 동아사이언스 등등에서 기자와 PD로 일하며 테크가 '떼돈'으로 바뀌는 놀라운 프로세스들을 30년 넘게 지켜봤다. 첨단테크와 스타트업 관련 온갖 심사에 '깍두기'로 끼어든 경험을 무기로 뭐든 아는 체 하는 게 단점이다. 테크를 콘텐츠로 꾸며 미디어로 퍼뜨리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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