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단종된 메뉴 다시 출시해 주세요.", "이 제품 불편합니다. 개선해 주세요."
소비자들의 요구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걸 넘어, 목소리를 내 제품이나 기업 운영 방침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종된 추억의 제품 부활부터 애로사항 개선, 넓게는 기업의 ESG 경영에까지 소비자 입김이 미친다. 자연히 소비자 요청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기업들의 주요한 경영 전략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12년 만에 재출시했다. 미노스 바나나우유는 지난 1993년 출시된 제품이다. '바나나우유의 클래식'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제품으로 2012년 단종됐었다.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농심라면' 재판매에 나섰다. 지난 1975년 출시했던 농심라면은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카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1978년 기업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올해 추억의 제품 재출시를 결정한 서울우유와 농심 모두 그 이유로 '보이슈머'를 꼽았다. 보이슈머는 '목소리(voice)'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목소리를 내 자신의 요구를 제품이나 기업 운영 방침에 반영시키는 소비자를 뜻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창구가 늘면서 보이슈머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는 분위기다.
보이슈머가 제품 애로사항 개선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다. 농심 음료 브랜드 '카프리썬'의 빨대 교체가 대표적이다. 농심은 지난해 11월부터 카프리썬에 제공되는 빨대를 다시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 2023년 2월 종이빨대를 적용하기 시작한 후 약 20개월 만이다. 종이빨대 적용 후 포장지에 구멍을 내기 어렵다는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 농심 측 설명이다. 이러한 불편함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되기도 했다. 종이빨대 특유의 냄새와 감촉,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해지는 현상 등에 대한 불만도 상당했다. 매출에도 가시적 타격이 생겼다. 매년 900만 박스를 유지하던 카프리썬 판매량은 2023년 13%, 2024년 3분기까지 추가로 16% 줄었다.
커진 소비자 목소리에 기업의 경영 방식 역시 변하고 있다. 단순 이익 창출을 넘어 기업의 활동이 얼마나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지도 따지게 됐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제품 또는 기업에 대해선 불매운동도 서슴지 않는 보이슈머의 영향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보이슈머는 프로슈머(제품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 모디슈머(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는 소비자)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모두 소비자 의견, 요구, 욕구 등을 전달하는 과정"이라며 "다만 프로슈머, 모디슈머는 소비자가 직접 특정 행위를 하는 것이라면 보이슈머는 목소리를 내 회사가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