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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상생의 정답인가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배달앱의 등장은 식문화를 바꿨다. 커피와 빵, 치킨, 피자, 찌개류까지 어떤 음식이든 문앞으로 배달받는 시대를 열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며 배달앱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수수료 논란도 깊어졌다.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논의가 교착상태인 것 같지만 이미 합의가 이뤄진 적이 있다. 지난해 7월 정부 주도로 구성된 협의체에는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를 비롯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외식산업협회,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소비자단체, 학계 등이 참여했다. 4개월간 12차례의 회의 끝에 기존 9.8%였던 고정 수수료를 매출 규모에 따라 2~7.8%로 차등 적용한다는 상생안이 도출됐다. 배달의민족은 올해 2월부터, 쿠팡이츠는 4월부터 이를 시행했다.

합의안이 모두를 만족시키진 못했던 것 같다. 자영업자들은 합의안에 대해 실질적인 체감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한다. 배달의민족이 한때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한 후에야 합의가 된 것이고, 합의 이후 광고비와 배달료가 올랐다고 불만이다. 상생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도 갈렸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외식산업협회는 반대 입장을,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는 찬성 입장을 냈다.

완전한 합의는 아니었지만, 공익위원의 조율 아래 '상생을 위한 현실적 타협'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상생안의 수명은 너무나 짧았다. 지난해 11월 어렵게 마련된 합의안은, 정권 교체와 정치 상황 변화로 뒤집혔다. 올해 초부터 수수료 상한제 논의가 재점화되며 새로운 수수료를 적용하기 전부터 재논의로 돌아간 셈이다.

최근엔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고비·결제 수수료·중개 수수료·배달료 등을 모두 합치면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총수수료가 매출의 30~40%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중소상인 단체는 총수수료를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수료 상한제가 겉보기에는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장치처럼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성희 호서대 교수가 소비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는 '상한제 도입 시 음식배달 주문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74.7%는 '수수료상한제로 인해 무료배달과 같은 혜택이 줄어든다면 반대'라고 답했다. '주문 횟수를 절반 이상 줄이겠다'는 응답도 60%에 달했다.

이 교수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의 선한 의도가 오히려 배달주문 감소, 소비자 효용 감소와 같은 시장 전체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에 주목하며 "플랫폼 생태계에서는 단순한 가격 규제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면적인 시장의 역학구조를 이해한 제도가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석 동국대 교수는 해외의 수수료 상한제 도입 사례를 참고해 '2024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서 수수료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외식산업 매출액은 2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1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소상공인들은 매출의 30%가 넘는 수수료를 내며 플랫폼의 하청노동자처럼 일하고 있다"는 말만 들으면 배달앱이 '악의 축'처럼 보인다. 그러나 플랫폼은 코로나19 시기 자영업자의 생존 통로이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결제의 편리함과 메뉴·리뷰 비교라는 선택의 도구를 제공한 혁신이었다.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배달앱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에 대한 신뢰와 일관성으로 보인다. 정책이 정권에 따라 손쉽게 뒤집히고, 합의가 정치적 구호로 소모된다면 갈등은 봉합되기 어렵고 플랫폼 혁신을 헛수고로 만들 수 있어서다. 상생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며 개선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가 지난달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를 확대 개편하며 수수료 상한제 도입 의지를 밝혔다. 이번만큼은 지속 가능한 상생의 해법이 도출되길 바라본다. '무조건 낮은 수수료'를 목표로 삼는다면, 상생이 아닌 공멸로 끝날 수 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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