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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굴기⑩] 반도체도 턱밑까지 추격…불안한 한국


올 하반기부터 중국산 저가물량 본격 공세 우려

중국의 굴기(堀起)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 과거 한국 완제품의 짝퉁 수준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중국 제조 2025'에는 2025년까지 로봇·양자컴퓨터·항공우주·신소재·바이오·AI(인공지능) 등에서 세계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이 깔려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중국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기업들이 글로벌시장 곳곳에서 뛸 수 있는 도약대 구축이 절실하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한국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반도체 D램 현물가격이 수개월 간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급기야 8달러선이 붕괴되면서 초(超)호황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할 땐 반도체 업황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경우 그나마 반도체 하나로 버티던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현재 최소 2년 이상의 기술격차를 벌린 반도체산업에서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 같은 기술격차는 조선이나 디스플레이와 같이 어느 시점에 턱밑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목소리다.

중국이 반도체산업에 본격적으로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시점은 2013년부터다. 당시 중국 해관(관세청) 발표를 보면 중국 반도체 수입 규모가 2천322억 달러로 원유 수입액(2천196억달러)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제품의 40% 이상을 소비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하지만 통신칩 등 일부 시스템 반도체만 자국 업체들이 생산하고 나머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3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후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섰다. 이듬해인 2014년 6월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강령’을 발표했다. 당시 15% 미만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에서다. 이어 2015년에는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를 만들어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구체화했다.

선봉장은 국유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맡았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은 G2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미국 정부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다. 대표적으로 칭화유니그룹이 2015년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인수키로 했다가 실패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때 칭화유니그룹은 230억달러에 인수를 시도했으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벽에 부딪혀 무산됐다.

상황이 이렇자 중국은 자체 산업 육성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같은 노력으로 중국은 올 연말부터 본격적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칭화유니그룹 산하 YMTC가 중국 우한(武漢)에 위치한 32단 수준의 3D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하는 시기다. 이노트론과 푸젠진화반도체(JHICC) 역시 각각 32나노 D램 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기술력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2014년 양산을 시작한 2세대(32단)다. 하지만 중국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밀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우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 연구원은 "올 연말부터 중국 기업이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내년에는 메모리반도체도 생산할 전망"이라며 "저가 제품이 중국 로컬상품에 우선 채용될 경우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에게는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중국에서 생산되어 해외로 수출되는 제품들에는 여전히 고사양·고품질이 요구되므로 중국 기업과의 기술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외국산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는 점도 자국 산업 육성과 궤가 닿아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달 2일 중국 푸저우 법원이 세계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에 '중국 내 판매 금지'예비 명령(prelimi nary injunction)을 내렸다. 앞서 지난 5월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이 중국 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사무실을 전격 방문해 가격 담합 등과 관련한 반독점 조사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재로 열린 '반도체산업 발전 대토론회'에서도 감지됐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중국의 비중은 작았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급성장했다"며 "결국 2017년 면적 기준 점유율에서 한국을 앞섰고, 반도체 산업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대토론회 축사에 나선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중국이 범정부적으로 '반도체 굴기'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그 동안 소홀한 점이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며 "향후 10, 20년을 반도체가 석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서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백 장관은 SK하이닉스 이천공장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직접 찾아 민간기업 투자현황을 점검하고 어려움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백 장관은 반도체 업계의 국내 투자에 감사를 표하고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백 장관은 "민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글로벌 1위를 유지해나가야 한다"며 "기업을 위한 산업부를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현장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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