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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엑스칼리버’ 박강현 “랜슬럿 마음 잘 표현하는 게 숙제”


“한달 전보다 능글맞아져…막공 땐 넘버·대사 모두 0.1% 깊어져 있을 것”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아직 어리지만 어느 정도의 연륜을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제 안에 그 만큼의 깊이는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EMK 오리지널 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 ‘랜슬럿’ 역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박강현은 자신감과 겸손함이 상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배우였다.

그는 ‘아더’ 역의 카이·김준수보다 어리지만 극중 엄기준·이지훈과 같은 배역으로 형을 연기한다. “깊이를 잘 표현한다고 해도 사실상 걸리는 게 외모예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스스로 믿는다면 어느 정도는 관객들에게 전달될 거라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나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노력하고 깊이 생각한 부분에 대해선 확신을 갖고 과감하게 자랑하지만 그에게 자만은 없다. 자신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부단히 애쓰기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호언장담하지 않는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박강현은 천천히 진지하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놨다. “성격은 급한데 말할 땐 생각을 해야 되니까 은근히 느리다”는 그는 약간의 침묵만 기다려주면 말을 꽤나 잘해 흥미로웠다.

 [사진=이영훈 기자]
[사진=이영훈 기자]

- 나이듦 혹은 어른스러움을 연기하기 위해 신경 쓴 디테일이 있나.

“딱히 디테일이라고 할 건 없지만 무게를 좀 더 잡는 것 같다. 물론 랜슬럿이 바람기도 있고 여자들 앞에서 추파(‘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은근히 보내는 눈길’이란 뜻의 표준어)도 던지지만 진지할 때는 정말 ‘아! 얘가 아더보다 형이구나’가 잘 느껴지게 마음속의 무게중심을 잘 잡고 연기한다. 원래 내가 되게 진지하고 말수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 가발과 수염이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나.

“가발은 ‘웃는 남자’ 할 때 써봐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 가발이 신기한 게 처음엔 진짜 어색했는데 공연이 거듭될수록 내 머리처럼 자리를 잡는 것 같더라. 수염은 처음 그려봤는데 새로운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땐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 개막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시점에 시의성은 좀 떨어지지만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다. 캐릭터를 잘 소화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아더와 그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주인공은 아더다. 아더에게 랜슬럿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극 안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먼저 생각했다. 친한 많은 형들이 나에게 했던 자연스러운 애티튜드나 스킨십, 제스처를 많이 끄집어내려고 노력을 했다. 또 랜슬럿이 어떤 트러블을 만들지 않나. 친동생 같은 아더의 여자 기네비어를 사랑하게 되는, 흔치 않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다. 뮤지컬의 빠른 전개 속에 너무 급작스럽게 보이지 않으려고 곳곳에 나만의 장치들을 나름대로 심어놨다. 하지만 표현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내가 어떤 장면에서 기네비어에게 묘한 눈빛을 보내고 있어도 조명이 다른 쪽에 가있으면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관객의 시선이 없는 상태에서 연기하는 건 확실히 쉽지 않은 부분인 것 같다.”

- ‘내가 표현하는 랜슬럿은 이런 차별점이 있다’ 어필해본다면.

“좀 더 날렵하다. 이지훈 형 특유의 능글능글함과 엄기준 형의 바람둥이 같은 연기는 내가 똑같이 해도 그런 느낌이 안 날 것이다. 오히려 ‘어린애가 흉내내려고 하네’ 이렇게 느껴지지 않을까. 또 하나 꼽자면 나는 검술이 아주 뛰어나다. 자신 있다. 옛날에 검도를 배웠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 태권도 다닐 때 엄마가 검도학원에 보내주셨다. 그때도 곧잘 했다.”

- 몸을 잘 쓰는 편인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춤 같은 경우는 배우면 잘한다. 춤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배우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

-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가가 히트할 것 같은 넘버로 랜슬럿이 2막에서 부르는 ‘없는 사랑’을 꼽았다. 혹시 가장 좋아하는 넘버가 이 곡인가.

“그렇다. 멜로디가 되게 친숙하면서도 우리나라 정서랑 잘 맞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도 되게 많지만 한이라는 게 있지 않나. 기본적으로 그런 서정적인 멜로디가 가슴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잘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잘 부르고 싶은데 곡 안의 깊이는 형들을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형들의 연륜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하고 얼마나 많은 이별을 해봤겠나.”

 [사진=이영훈 기자]
[사진=이영훈 기자]

“랜슬럿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은 매일매일이 숙제다. 한정된 시간 안에 한정된 신 내에서 그 부분이 사실 되게 어려운 것 같다.”

- 잘 풀어가고 있나.

“계속 끊임없이 고민한다. 일단 연습한대로 하고 있긴 한데 ‘이런 게 좋을까 저런 게 좋을까’ ‘여기선 한번 기네비어를 쳐다보는 게 맞을까’ ‘아더한테는 어느 정도 다그치는 게 좋을까’ 등 그 사람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매일매일 조금씩 계속 찾아보게 된다.”

- 한달 전과 비교하면 어떤가.

“물론 한달 전과 달라졌을 것이다. 매 공연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처음과 끝이 다르긴 하다. 한달 전과 비교하자면 조금 더 능글맞아지지 않았을까.(웃음)”

- 그럼 한달 후엔 어떻게 바뀌어있을 것 같나.

“넘버든 대사든 모든 것들이 0.1%는 깊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실수담 같은 게 있으면 고백해보자.

“며칠 전에 칼을 뽑아야 되는데 칼이 옷에 걸려서 못 뽑고 지나가서 한번 휘청거렸다. 검술을 되게 잘해야 되는데 되게 수치스러웠다. 엄청 심하게 웃기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갔다. 캐릭터 자체가 검술에 굉장히 뛰어나고 프로페셔널하게 모든 걸 처리해야 되는데 내가 그날 그런 실수를 해버렸다. 아마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리고 나는 텐션을 잡을 땐 딱 잡았다가 대사를 할 땐 평소 말투를 많이 쓴다. 내가 말하는 게 약간 게으르다. 느리기도 하고 끝을 확실하게 맺지 않는 편이다. 근데 그런 게 나온 적이 있다. 기네비어가 ‘당신 너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요’라고 하면 ‘난 그게 편해요’나 ‘난 그게 편한데’라고 하곤 하는데 두개가 섞인 거다. ‘난 그게 편하~’라고 해버렸다. 순간 끝을 맺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다. 관객들은 ‘편해’라고 들으셨겠지 싶어 말을 하다가 말았다.(웃음)”

- 아더 역의 도겸과는 아직 무대에서 만나지 않았다. 둘의 호흡은 어떤가.

“도겸이, 우리 도겸이.(웃음) 도겸이는 진짜 어리다. 스물셋이다. 연기를 했던 애도 아닌데 너무 잘한다. 눈빛이 되게 좋다. 배우에게 있어서 눈빛이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 도겸이가 집중할 때 ‘정말 진심으로 감정을 다해서 연기를 하고 있구나’ 그런 눈빛이 많이 느껴진다. 아더 중에 유일하게 동생이다. 오는 17일에 도겸이와 첫 공연을 한다. 개막한 지 한달이 지나서 만난다. 그래서 기대가 많이 된다. 도겸이도 아마 나랑 만날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지 않을까.”

 [사진=이영훈 기자]
[사진=이영훈 기자]

“딱히 계기는 없다. ‘웃는 남자’는 오디션을 봤고 이후 일들이 주어졌다. 시기나 여러 가지가 잘 맞물렸던 것 같다. 여기서 계속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적도 사실은 없다. 감사하게 기회가 나에게 와서 우연처럼 네 작품에 연속으로 참여하게 된 것 뿐이다.”

-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스웨덴 백작 ‘페르젠’을 연기한다.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나.

“초반이라서 음악 연습과 캐릭터 이야기를 좀 많이 하고 있다. 페르젠이 어떤 사람이고 실제로는 어땠지만 공연으로 만들어지면서 어떻게 상황을 바꿨는지 등에 대해서 연출님이랑 얘기를 많이 한다. 페르젠이 존재감이 크지 않은 캐릭터라고 들었다. 하지만 이전엔 주연을 서포트 해주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존재감을 더 부각시키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더라.”

- 마지막으로 이 여름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엑스칼리버’를 관람하는 게 최고의 피서라고 추천한다면.

“극장이 시원하고 불도 볼 수 있고 물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배우들이 너무 잘한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귀가 시원해지면서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될 거다. 모르가나를 연기하는 신영숙 누나와 장은아 누나의 노래를 들으면 뭔가 뻥 뚫리는 느낌도 들고. 칼싸움하면서 불꽃도 튀니까 간접적으로 불꽃놀이 경험도 할 수 있다. 2막2장에 칼싸움을 되게 심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액션을 보고 느끼는 쾌감도 있을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무대에서 최대 규모의 인원이 공연을 펼치니까 볼거리가 당연히 많다. 꼭 보셔야하지 않나. 특히나 이번 공연은 짧다. 이 공연이 한번 가면 ‘그거 볼걸 그랬다’ ‘얼마 안 했네’ 이런 생각이 안 들도록 반드시 보러 오길 바란다. 나도 여러분의 마음과 귀를 정화시켜드릴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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