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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미중 무역전쟁의 원인(하)


중국의 '대국 굴기'에 맞선 미국의 '중국 전략 수정'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2.미국의 중국 전략 수정 : 중국의 ‘대국 굴기’를 예의 주시하던 미국은 마침내 2015년 3월 하나의 특별 보고서를 발표한다.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가 주도한 이 보고서는 ‘미국의 중국 전략 수정’(Revising U.S. Grand Strategy Toward China)이라는 제목으로 로버트 블랙윌과 애쉴리 텔리스에 의해 공동으로 작성됐고 외교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모인 가운데 발표됐다.

로버트 블랙윌은 외교위원회(CFR)의 미국 외교정책 연구를 위한 헨리 키신저 수석 연구원이다. 2008~2010년 동안 산타 모니카의 랜드(RAND)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을 역임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전략 기획을 위한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통령 비서관으로 일하는 동안 미국 외교정책의 중장기전략 수립을 위한 범정부적 정책 기획 수립 책임자였다.

애쉴리 텔리스는 국제평화를 위한 카네기 재단의 수석 연구원으로 국제 안보, 방위, 그리고 아시아 전략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정치 문제 담당 국무부 차관의 수석 보좌관으로 일하는 동안 인도의 민간 핵 협정 체결에 깊숙이 관여했었다. 그는 또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과 남서 아시아 전략 기획 담당으로 국가안보위원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 특별 보고서의 특징은 그동안 동반자적 관계로 간주하던 중국에 대해 미국의 헤게모니를 잠식하는 가상의 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막강한 경제력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노력과 함께 세계 패권국가로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1949년 공산 혁명 이후 미국의 세계 지배가 이루어지기 이전 동아시아에서 누렸던 지정학적 우월성을 회복하기 위해 국력을 극대화하는 목표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펼쳐진 전후 체제는 공산주의 봉기를 통해 과거 청조(淸朝)의 영화를 되찾으려던 마오주의자들에게는 친숙하지도 않았고, 쓰라림만 안겨주었다. 과거 찬란했던 청나라는 기술적인 퇴보, 국내 갈등, 외세 개입 등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중국은 세계 패권국이 돼야 제국의 부활이 완성된다고 본다. 패권국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 제국의 부활은 완성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 제국의 부활은 국력 강화를 통한 세계 최고 국가로의 성장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중국은 주변 국가들이 중국의 패권을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또 주변 국가들이 중국보다 열등한 차등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요구한다. 그것이 과거 청조(淸朝) 시대의 국제적 규율이었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는 전통적인 중화주의 사상에 대해 “중국은 스스로 세계 유일의 패권 국가라고 생각한다”라고 표현했다.

총체적 국력의 신장은 중국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대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공산주의 혁명 이후 시대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구사하면서 4개의 특정한 전략적 목표를 수행해 왔다.

#하나, 국제 질서의 유지 중국 지도자들이 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추구한 것은 국제 질서의 유지다. 물론 이러한 목표의 추구는 중국공산당(CCP) 자신의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지만, 즉시 폭발할 것 같은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붕괴,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공격과 개입 등에 대한 뿌리 깊은 공포가 원인이기도 하다.

외국의 개입과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국내 분열에 대한 역사적 악몽 때문에 중국의 지도자들은 모든 정치적 소요를 억압해 왔고, 점점 더 국가주의에 호소하면서 필요하면 억압도 서슴지 않았다.

#둘, 고도 경제 성장의 유지 내부 통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최고 목표이지만, 도전받지 않는 지속적인 공산당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두 번째 희망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지속적인 고도 경제 성장이다. 공산당 정부 출범 이후 중국 경제의 변혁은 중요한 정치적 목표였다. 마오쩌둥 주석은 정치권력은 힘의 독점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경제적 기반에서 나온다는데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같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사라진 후에도 경제 성장은 공산당의 정당성 유지를 위해 중요성을 더했다. 특히 ‘제왕적 지도자’인 시진핑이 집권하는 오늘날의 중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셋, 주변국 평정.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경제적인 성공에 힘입어 중국은 마침내 주변국의 체계적 평정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획득했다.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지배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새롭게 주변국을 평정한 것은 과거 청조 제국 시대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먼저 중국은 지금 러시아, 일본, 인도 등과 같은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게다가 과거에 복종적이었던 한국과 베트남 같은 상대적 소국들이 성공적인 국가로 재탄생하면서 중국에 종속될 의사가 없음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을 가로막는 미국의 존재가 있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의 미군 기지를 기반으로 군사 작전을 전개할 수 있으며, 가공할만한 아시아 동맹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넷, 국제적 지위의 공고화 중국공산당은 국력을 극대화해 국제 질서 속에서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1949년 공산주의 혁명 이전에도 유엔에서 안정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확보하면서 주요 강대국의 자리에 올랐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중국과 수교한 후에도 중국 공산당 정권은 줄곧 주요국의 위치를 잃지 않았다.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지위 이외에도 중국은 국제 질서 확립을 위한 모든 국제 기구의 규정을 준수하는 국가로 변화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제기구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구(IMF)와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전략이 미국의 주요한 국가 이익에 어떠한 도전이 돼 왔는가에 대해서는 특별 보고서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패권국의 위치를 차지하려 한다.

▲아시아에서의 미국 동맹 체제를 약화시킨다.

▲미국의 신뢰성, 의존성, 지속성 등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믿음을 해친다.

▲경제력을 이용, 중국의 지정학적 정책을 선호하도록 아시아 국가들을 유인한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군 개입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의 군사적 역량을 증가시킨다.

▲미국식 경제 모델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 공산당의 권력 장악이 미국식 민주주의 가치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변국에 인식시킨다.

▲중국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과의 본격적인 대결을 피한다.

이 같은 분석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전면적인 도전 세력임을 말해준다. 중국은 단순히 경제 대국만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을 통한 국력 강화를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조의 제국을 부활시켜 세계의 패권 국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세계의 패권은 나눌 수 없고, 따라서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도 이러한 맥락에서 봐야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듯이 단순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무역전쟁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헤게모니를 놓고 미중이 한판 승부를 겨루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외교위원회 특별 보고서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 수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미국 경제의 체질 강화 : 앞으로의 대중국 전략에서 미국의 강건한 경제 성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경제가 다소 희망적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경제 성장은 백악관과 의회의 정책에서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아시아 무역 네트워크의 확장 : 현재 미국이 가입을 거부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능한 빨리 가입해야 한다. TPP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적 우월성을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TPP 가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제무역질서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선진국들이 통일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가 시장 가치를 반영하도록 지속적으로 중국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

중국은 일본, 아세안 국가들, 호주 등을 대상으로 억압적인 지리·경제적 정책을 강요해 왔는데, 미국은 이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 지리·경제적 정책은 막강한 경제력을 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중국의 지리·경제적 행동에 대해 방어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을 응집시키기 위해 미국의 경제, 혁신, 네트워크 등의 긍정적인 힘을 사용해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지리·경제적 정책을 장기적으로 수립해야할 것이다.

◇미국 군사력 증강 : 미국은 중국의 군사 굴기에 대응해 방어력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핵무기 균형은 아시아 주둔 미군의 존재에 중요하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포함, 군용·민간용 항공기 및 선박의 항행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주장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규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중국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남지나해와 동지나해에서 해군 및 공군을 지속적으로 증강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남지나해에서 해군 훈련의 빈도와 기간을 늘려야 한다.

◇인도·태평양 동반자 관계 강화 : 미국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전통적인 우방국은 물론이고, 그 이외의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은 우방국들의 지속적인 지원 없이는 아시아에서의 국가 이익을 방어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중국은 미국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해체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시도에 대항하기 위해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들에 중국과의 직접 대결의 회피를 원하고 있으며, 현재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서방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확신시켜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아시아에서 현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본만큼 필요한 나라가 없다. 따라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일본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한국과의 전략적 관계는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한국과의 관계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미군의 주둔을 보장하면서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한국 및 일본과의 협조가 필요하다.

◇중국과의 고위급 외교 관계 수립 : 미국과 중국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세계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심각한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고위급 외교관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에게 중국과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미국은 어떠한 일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국제적인 안정, 번영, 그리고 평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은 양국 관계가 잘못됐을 경우 겪게 될 가공할만한 국내 문제의 부정적인 결과를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하고, 아시아에서의 긴장 고조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광범위한 아시아 지역에서 어떤 나라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 보고서 ‘미국의 중국 전략 수정’은 미국과 중국 간의 평화적인 관계를 권장하면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담겨져 있는 미국과 중국의 양립할 수 없는 패권주의는 결국 전면적이나 국지적인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패권을 나누어 가질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 양국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물러서지 않는 것은 이러한 국제정치적인 국가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5백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앞으로 2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준비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중국은 다소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대응은 단호한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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