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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35개 정당, 48cm짜리 투표용지…'준연비제'가 뭐길래?


여야 비례정당 이어 원외 소수정당 난립, 준연비제 도입 첫 선거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소에서 이전 선거와 비교하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투표용지다. 이번 선거의 정당투표 용지는 무려 48cm에 달한다.

웬만한 성인 남성 손으로도 두 뼘 이상 길이다. 너무 길어서 선거 당일 15일 오후 6시 투표 종료 후 전자개표기를 사용 못하고 수개표를 진행해야 할 정도다.

유권자 입장에선 35개나 되는 정당들 중 원하는 정당을 비례대표 국회의원 배분을 위해 선택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격렬한 여야 대결을 몰고온 선거법 개정 핵심 사안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선거다.

35개 정당이 후보로 등록한 48cm 길이의 이번 21대 국회의원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 용지 [사진=뉴시스]
35개 정당이 후보로 등록한 48cm 길이의 이번 21대 국회의원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 용지 [사진=뉴시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사정이 단순하지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나란히 비례정당을 구성하면서 비례대표 선거가 21대 국회의 제1 당을 겨냥한 핵심 승부처로 부상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이번 선거에선 전국 주요 격전지 이상으로 뜨거운 여야 대결이 비례대표에서도 양당 구도로 펼쳐진다는 얘기다.

◆ 비례대표 30+17 '같은 선거 다른 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원래 투표 결과에 따른 의석배분이 정당득표율과 일치하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양당제에 가까운 국내 정치권에선 과거 선거마다 현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계 정당들이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수를 가져갔다. 여성, 장애인, 환경, 노동, 종교 등 사회 각 분야를 대변할 소수정당들의 원내 진출이 그만큼 어려웠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수 대비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보다 적을 경우 비례대표에서 그 부족분을 채워주도록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정당득표율 10%를 기록한 정당이 지역구 당선자가 아예 없을 경우 30석만큼 의석을 모두 비례대표로 가져갈 수 있다. 반대로 30석 모두 지역구 당선자일 경우 비례대표를 가져가지 못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당득표율은 33.5%, 민주당은 25.5%, 국민의당은 26.7%. 정의당은 7.2%였다. 실제 선거 결과 이들 정당은 각각 새누리당 122석, 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을 가져갔다.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이 다른 정당보다 뒤지지만 실제 의석배분 결과는 원내 1당이다.

만약 100% 정당득표율을 기반으로 의석을 배분했다면 새누리당은 20대 선거 지역구 당선자 105석, 민주당은 110석 이상을 가져가지 못한다. 대신 국민의당이 80석, 정의당이 21석을 가져간다. 기존 거대 양당 구조가 상당 부분 무너지는 의회지형이 나타나는 셈이다.

다만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경우, 또는 지역구 당선자가 적어 채워야할 비례대표가 많은 경우 때문에 실제 배분 의석이 전체 의석수를 넘어서는 사례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지역구, 비례대표가 299명으로 1:1 분포비율을 나타내는 독일의 경우 2013년 하원선거 결과 631석으로 의원정수 598명을 초과하기도 했다.

이같은 '초과의석' 발생 가능성 때문에 나온 게 현행 개정 선거법상 준연동형 비례제다. 정당득표율의 절반인 50%까지만 연동율을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정당득표율이 10%인 경우 지역구 대비 부족한 의석을 최대 15석까지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같은 해외 사례들과 다르게 국내에선 지역구 의석이 압도적으로 많이 분포한다. 전체 300석 중 253석이 지역구, 47석이 비례대표다. 대략 5:1 비율이다. 원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 비율을 2:1로 조정하도록 권고했으나 지역구 출신 의원들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내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현행 지역구와 비례 의석 비율 조정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체 비례대표 의석 47개 중 준연동형 배분 의석은 30석으로 제한됐다. 소위 '연동형 캡'이다. 이 방식에선 지역구 선출이 정당득표율보다 많은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배분에서 제외된다. 나머지 17개 비례대표 의석은 기존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한 선거에서 서로 다른 선거제도가 동시 적용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난 셈이다.

일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은 이전보다 문턱이 낮아지긴 했다. 정당득표율이 3% 이상만 넘으면 지역구 당선자가 없더라도 1석이라도 의석 배분이 가능하다. 지난 20대 총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 21개 정당이 등록했다.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명부 등록 정당이 70% 가까이 증가한 것도 이같은 선거법 개정 때문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양당이 각각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정당을 구성했다. 지역구 출마자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 등록한 소위 '위성정당'이다. 이들과 별개로 민주당 출신 일부 인사들이 창당한 열린민주당도 있다. 무당층을 제외하면 이들 3개 비례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여론조사별로 60~70%를 차지한다.

한 소수정당 관계자는 "정의당, 민생당, 국민의당, 민중당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원내 정당과 원외 소수정당의 진입효과도 그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상당 부분 퇴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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