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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호산 “‘빅 피쉬’는 내 인생작…찬란한 슬픔 담긴 따뜻한 극”


“지금처럼 계속 좋은 작품 만났으면…쥐띠해, 소극장 공연 하고파”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빅 피쉬’가 제 인생작이에요. 잘해서가 아니라 이 작품이 아주 좋거든요.”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매 작품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온 박호산은 ‘빅 피쉬’로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그는 낭만적인 허풍쟁이 아빠 ‘에드워드 블룸’ 역을 맡아 지난달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에드워드는 평범한 세일즈맨이지만 자신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와 위대한 모험가, 마을 최고의 슈퍼스타, 나라를 구한 전쟁영웅 등으로 변신한다.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선 한명의 배우가 에드워드의 1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줘야 한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2018년 tvN에서 방영한 ‘나의 아저씨’가 드라마로서 인생의 대표작이라고 말한 그는 “‘빅 피쉬’가 내 필모그래피에서 베스트로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에드워드는 저랑 많이 닮았고 제 아버지랑도 닮았어요. 또 땀을 많이 흘리면 되는 작품이잖아요. 설정을 많이 하고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캐릭터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동선이나 디테일에 더 신경 쓸 시간이 많았어요. 조금 더 탄탄하게 할 수 있었죠. 그런 과정 속에서 사랑스러워졌어요. 가족얘기, 따뜻하고 찬란한 슬픔이 있는 얘기를 좋아해요.”

남경주·손준호와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박호산은 두 배우와의 차이점 대해 “사람마다 인격이 다른 것처럼 세 배우가 에드워드를 보는 시각도 강조점도 다르다”며 “나는 관계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월러스의 원작 소설(1998)과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도 잘 알려진 ‘빅 피쉬’는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첫 선을 보인 이후 6년 만에 한국 버전으로 제작됐다.

가족을 위해 위대해질 수밖에 없었던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와 한때는 아버지를 우상으로 여겼던 아들 윌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다음은 배우 박호산과의 일문일답.

- 에드워드가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나.

“나는 에드워드가 복잡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부장적이지만 꼰대는 아니다. 가부장적인 사람은 ‘이런 거야’ ‘저런 거야’ 단정이 빠르다. 꼰대는 내 생각이 맞다고 그걸 주입시키지 않나. 이 사람은 그렇지 않다. ‘네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다’고 한다. 과장해서 얘기하는 이유는 듣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거다. 에드워드는 어쩌면 배우와 닮아있다. 악의는 전혀 없다. 윌의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의 이야기를 신기해하다가 산타클로스가 밝혀지는 것처럼 아니란 걸 알았을 때 사실에 대한 실망감이 있을 것이다. 사실만을 전하는 기자인데 아버지의 그런 모습들이 부딪치는 거다. 아버지의 진짜 의도, 아버지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이해 못한다. 그런데 자기가 이야기를 꾸며보면서 알게 되는 것이다.”

- 10대부터 70대까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

“오히려 20~30대는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신경 쓴 게 10대랑 60~70대다. 노년의 모습은 아버지한테서 많이 가져왔다. 아버지가 에드워드와 비슷하다. 아버지가 이 공연을 보셨다. 아무 말 안하시고 씩 웃으시는데 눈이 빨개졌더라. 잘 보셨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의 모습은 귀여운 척은 아니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지 지금도 계속 고민하면서 가고 있다. 한번 나오는 10대, 처음 마녀를 만났을 때가 지금도 좀 신경이 쓰인다. 이게 주책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 정말 노선을 잘 가야된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다행히 이 작품에서 객석으로 드러나는 장면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다. 에드워드가 얘기한 윌의 머릿속에 기초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다 초점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적으로 어디까지에 대해서 내가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 나는 윌의 머릿속 아버지로서 항상 당당해야 되고 발랄하면서 재치 있고 말 잘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느낌의 그런 사람이면 된다. 침대에 누워있는 노년의 아버지가 할 만한 사람이 되는 거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농담 던지고 주책 맞게 앞에 나서고 미안한 건 인정하는데 화낼 때는 화내는 사람이 젊은 시절로 가면서 보이는 과장된 모습,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 첫 공연과 한달이 지난 지금 에드워드에 대해 달라진 느낌이 있다면.

“에드워드는 전혀 다름이 없는데 앙상블이 느낌을 다르게 줘서 더 좋아진 것 같다. 내가 하는 에드워드 자체는 고정돼있는데 이들이 정말 마을사람이 되고 고등학교 동창이 되고 낯선 사람이 돼 그 힘으로 많이 간다. 우리 앙상블의 평균연령이 35세다. 공연바닥의 경력으로나 실력으로나 괜찮은 친구들이다. 특기가 다 하나씩 있는 친구들이라서 시너지가 크다.”

- 안무의 어려움은 없나.

“홍유선 안무가의 특징이 자연스러운 안무다. 할 때마다 너무 좋다. 이번이 세 작품째 같이 하는 거다. 같이 하는 안무가가 홍유선이라고 하면 ‘오케이’ 뒤에 ‘휴’가 따른다. ‘나한테 어려운 거 안 시킬 거야, 그리고 그게 분명히 훌륭할거야’ 하는 믿음이 있다. ‘자유롭게 노세요’ 하고 거기에 살을 붙여준다.”

- 넘버 소화는 어떤가.

“어렵다. 연세대 성악과 나온 준호나 30년 뮤지컬만 하신 경주 선배에 비하면 발톱의 때다. 뮤지컬은 음악적인 부분도 있지만 내용에 대한 연기력도 있어야 되니까 ‘안 되는 걸 되게 하지 말고 되는 걸 극대화시키자’ 그게 내 전략이다. 솔직하게 하고 싶다. 기죽지도 않기로 했다. 준호가 진짜 많이 도와줬다. 박자가 너무 어려워서 반주음악(MR)만 듣고 모르겠더라. 준호가 집에 가서 노래를 녹음해서 파일로 보내줬다. 대신 동선은 내가 다 짰다. 경주 형은 심판?(웃음)”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많이 다르다. 성철이는 매체 쪽을 많이 해서 나 같은 모습의 연기, 창용이는 뮤지컬 쪽의 잔뼈가 남경주지 않나. ‘뭐가 좋다’가 아니라 그들의 연기 기술, 방법이 다른 거다. 성철이가 좀 더 냉정하다. 아버지 머리 꼭대기에 있다. 그리고 자기가 인정해야 된다. 창용이는 아버지를 안타까워하고 안쓰러워한다. 낙차는 성철이가 더 크다. 창용이의 안타까움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아설 때 다르다.”

- 아내 ‘산드라’를 연기하는 김지우와 구원영은 어떤가.

“둘은 큰 차이는 없다. 내가 느끼기엔 지우랑 원영이는 성향이 비슷하다. 따뜻하고 개구쟁이고 노래를 엄청 잘하고 연기력도 훌륭하다. 둘 다 기복이 없다.”

- 공연 마치고 나면 어떤 기분인가.

“맥주를 마시고 싶다. 연습실에서도 계속 그랬다. 런 스루를 하루에 두 번을 못 했다. 한번 하고 나면 녹초가 됐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지 않나. 마지막에 운동하고 땀 흘리는 기분에 더해 감정적으로 후련하게 터트리는 게 있다. 아주 기쁜 눈물이 나온다. 너무 행복하고 미안하고 감사하고 채워지는 느낌의 감동의 눈물. 참 복 받은 배역이다. 연습실에서 한 번도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안 난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도 뭉클하다. 내가 평생 만나온 사람들이 그렇게 한곳에 모인다니. 연습실에서도 배우들이 항상 같이 울어주던 장면이다. 아버지가 물고기가 되는 자리를 봐주는 정말 멋진 윌의 상상이다.”

- 가장 꿈같고 상상 같은 장면을 꼽자면.

“이 작품의 대부분의 장면이 상상과 꿈이기 때문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현실이다. 아빠가 과장했던 거인이 윌의 눈앞에게 ‘칼이에요’라고 하는 그 장면에서 매번 눈물이 난다. 존댓말이지 않나. 그 사람의 성격이 담겼다. 그게 윌이 먼저 가서 눈치로 아는 거다. 아들도 아빠의 코드를 이해하게 된다. 나는 장례식 장면도 너무 좋다. 마녀가 눈먼 할머니로 나올 때 정말 찡하다. 화려하게 옷을 입진 않았지만 곱게 늙은 할머니가 나름의 화려함을 갖고 등장한다. 할아버지들이지만 뭔가 장난스러울 것 같은 형제들도 그렇고 사실화돼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을 밖에서 보면 그렇게 찡하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나에게 무대는 교정센터 같은 느낌이다. 방송하면서는 작품 외적으로 치열한 게 참 많다. 외국 나가서 사는 기분이다. 외국 도시에 살다가 고향 와서 집밥을 먹으면서 새롭게 다짐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4월에 오랜만에 연극 ‘인형의집 파트2’를 하면서도 기분이 그랬다. 이 작품도 빨리 하고 싶었다. 공연이 아직 매체보다 익숙하고 편안하다. 이곳의 작업방식이 나한테 맞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선 배우를 넘어 예술가일 수 있다.”

- 최근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통해 큰 웃음을 줬다.

“나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가는 걸 되게 좋아한다. 한 작품 안에서 인격이 여러 개로 나뉘는 것도 좋아한다. 뭔가 배우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나. ‘천리마마트’는 드라마에 없는 장르고 연극배우가 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가 소리도 다 만들 수 있고 웹툰에 기반해 표정이나 눈 등 가공할 수 있는 게 많았다. 그런 것들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 좋은 작품이었다. 아주 재밌게 했다.”

- 1972년생 쥐띠 배우로서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짧게라도 소극장 공연을 하고 싶다. 소극장에 가면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 되게 디테일해진다. ‘손가락 하나 까딱’ ‘눈빛 하나 쓰윽’이 어떤 기호를 가지니까 좀 하고 싶다.”

- 그렇다면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

“얼마 전부터 갑자기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를 다시 해보고 싶더라. 지금 내 나이에 맞는 작품이기도 하고 땀을 한바가지 쏟는 작품이기도 하다. 유쾌하고 훌륭한 작품이다.”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뮤지컬 ‘빅 피쉬’ 공연 사진. [CJ ENM]

“내가 할 얘기는 전 세계 작가들이 만들어주고 있다. 그중에 나한테 주시는 것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게 어쩌면 내 인생이 될 것이다. 만일 내 인생의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내가 했던 배역들이 쭉 나와 있으면’ 하는 것? 그런 상상을 한다. 게이도 있고 살인자도 있고 왕도 있고 거지 있고, 와! 지금 생각하니까 엄청나다.”

- 마지막으로 도전하거나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 꿈은 배우였고 배우가 된 다음은 ‘작품이 안 끊겼으면’ 하는 거였다. 그걸 이룬 다음부터는 ‘이걸로 먹고 살 만하면 좋겠다’였는데 집까지 샀으니 이제 다음 꿈을 꾸면 양심이 없다. 그래서 계속 좋은 작품 이렇게만 쭉 가도 감사하다. 사고 없이 실수하지 않고 정의롭고 올바르게 가면 좋겠다.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동료배우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잘한다는 말을 동료배우들, 선후배들이 해주면 참 좋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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