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신 교수는 '미네르바 사건', '장자연 사건', '서기호 판사 사건' 등 한국 사회에 충격을 던진 굵직 굵직한 사건들의 중심에서 약자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변해 온 지킴이다.
박경신 교수는 현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2011년 자신의 블로그에 '검열자 일기'를 연재하며 법의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 폭력에 대해 비판했다.
박경신 교수는 평소부터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법비판이라는 견해를 밝혀왔다.
'진실유포죄'(다산초당)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일종의 법비판서이다.
저자는 이책을 통해 정치 논리에 의해 저질러진 국가 폭력과 약자들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의 허구에 대해 파헤쳤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글과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박경신 씨를 통해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 현주소를 들어보자.
◆사법 개혁을 주장하셨는데 이에 대한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법원개혁의 핵심은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재판이 공정해지려면 법관이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외부세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야 되는데, 지금 '서기호 판사'건이나 '부러진 화살'을 보면, 지금 우리나라 법원의 문제 중 하나는 내부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법원이 공무원처럼 관료구조를 두면서, 상급판사가 하급판사의 인사고과를 결정하는 그런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면, 하급판사들이 절대로 소신껏 판결을 할 수가 없죠. 하급심판사의 판결을 파기환송 하는 것과 하급심판사의 업무를 평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탈리아에서는 하급심판사들의 인사평정은 상급판사가 아니라, 하급심판사들이 스스로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서 뽑은 사람이 인사평정을 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미국 같은 경우는, 직접 국민에 의한 선거에 맡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급심판사는 판결로만 말해야 합니다. 하급심판사의 인사에 관여하지 말고 판결에 대해서만 인용할지, 파기환송할지 이런 권한만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피라미드식 관련 구조하에서는 결국에 법원구조의 정점에 있는 대법원장이 사법부 전체의 판결에 관여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 대법원장은 대통령에 의해서 정치적인 고려를 가지고 임명되기 때문에 결국엔 대통령의 뜻이 대한민국의 모든 재판에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일들이 벌어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지난번 신영철 사태가 대표적이겠습니다.
대통령의 외교정책, 그리고 그것과 연계돼 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정책, 그리고 그것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들의 시위, 그 시위에서 불거진 재판, 그 재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있어서 상급판사가 의도야 어찌 됐던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재판할 것을 하급심판사에게 요청하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거죠. 신영철 당시 법원장은 왜 그랬을까요? 대법관이 되기 위해서였다는 그런 예측들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법원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검찰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떤 부분을 개혁해야 하는지 자세히 말해달라?
검찰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스폰서 검사 문제가 있고, 정치검찰 문제가 있습니다. 스폰서 검사는 사기업이나 유력한 개인에게 유리하게 기소를 하는 것이고, 정치검찰은 권력자에게 유리하게 기소를 하는 현상을 우리가 말하는 것입니다.
검찰과 법원에 대해서 지난 5년 동안 느꼈던 문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그렇게 권력자에게 맞서던 법조인들이 왜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더 권력에 봉사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될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저는 그것은 법조인들이 가진 특권층으로서의 정체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적은 숫자의 법조인들만을 양산하던 그런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는 법조인들은 특권층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인구대비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습니다. 국민들이 재판을 하는 재판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고 보이고요, 그것에 의지해서 치부를 많이 하게 된 집단이고, 그렇기 때문에 특권층의 이익을 보호해줄 것 같은 그런 성향을 가진 대통령에 봉사하게 되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법조인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해 자세히 짚어 가고 싶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지난 4년 동안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논쟁들이 미네르바, PD수첩. 이러한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제가 짧은 글들을 써왔는데, 짧은 글들은 커다란 장편소설의 한 장들 같은 거거든요.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바뀔 뿐, 표현의 자유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일종의 단편들이 모인 연작을 계속 해왔던 건데 이번에 하나로 합쳐봤습니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에 관해서 개별적인 사안들 가지고 다 얘기하지 못했던 그런 부족한 점을 메워보려고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로 책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전체를 이해하게 되면 개별 사안들도 더 잘 이해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왜 미네르바에 대한 처벌이 부당했는지도 다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왜 부당했는지와 연결시켜서 보게 되면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PD수첩 제작팀은 형사처벌을 당했습니다. 죄목이 명예훼손이었죠. PD수첩의 프로그램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지금 당장 30개월령 이상도 수입할 정도로 감염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보도였는데, 그게 명예훼손으로 처벌을 당했는데 도대체 누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일까. 미국산 소의 명예를 훼손한 것일까, 낙농업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일까, 아니었죠. 미국산 소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 당시 농림수산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하게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명예훼손 논리를 넓게 적용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물이 있는데 그 사물을 나쁘게 평가했다고 해서, 그렇게 하면서 부정확한 사실을 동원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같은 사물을 그전에 좋다고 평가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논리로 처벌하는 것은 우리나라 과거 역사에도 없었고, 다른 나라에도 없었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먹고 맛없다는 얘기도 잘 못 해요. 왜? 그 앞에 맛있다고 한 사람의 미감을 훼손한 것으로 그런 식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PD수첩 무죄판결에 그러한 기소의 부당성에 대해서 명백히 밝혔습니다. 뭐냐면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경우 그 비판에 허위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비판이 그 정책을 담당한 공무원의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순 없다는 판시가 나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사례 때문에 지금 전 세계적으로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없애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05~2007년 사이 명예훼손 때문에 감옥에 간 사람들의 숫자를 보면, 어떤 기간 동안에는 전 세계에서 명예훼손으로 감옥에 가는 사람들 중에 거의 1/3 정도가 대한민국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나라만 명예훼손 형사처벌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왜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금기시하고 있느냐면, 형사처벌은 누군가 해야 되는데 결국엔 검찰이 하게 됩니다. 검찰이 하게 된다면 결국 권력에 가까운, 검찰은 권력의 영향력 하에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권력자들이 검찰을 동원해서 명예훼손죄를 빌미로 해서 권력에 대한 비판세력을 탄압하는데 명예훼손죄를 남용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는 폐지하자는 그런 운동이 있는 겁니다. 이번 PD수첩 기소사례는 왜 다른 나라들이 명예훼손 형사처벌을 금기시하는지를 보여준 패악스러운 사례였다고 봅니다.
◆'나꼼수' 정봉주 유죄판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또 무엇이 문제인지?
정봉주 유죄판결을 살펴보면, 정봉주가 감옥에 간 이유는 이명박이 BBK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허위주장을 했다고 해서 감옥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이명박은 BBK 주가조작을 안 했다는 것이 재판에서 꼼꼼하게 입증되고 판시되었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판결문들을 보면 1심, 2심, 3심 판결문을 다 합쳐봐도 이명박은 BBK 주가조작을 안했다라는 확신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한테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판사들 스스로도 그런 확신을 보여주거나 확신을 어떤 논거를 통해서 확신하게 됐는지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부분 다뤄졌던 것은, 정봉주가 가지고 있었던 증거들이 믿을만한가 아니한가 일 뿐, 실제적 사실에 대해서는 판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즉, 정봉주는 허위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허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우리나라는 진실의 경우에도 명예훼손을 묻는 '진실유포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허위만으로 명예훼손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진실도 타인에게 불리하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까 명예훼손소송에 걸리면 진실이라도 처벌할 수 있고 허위라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진실인지 허위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말한 사람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말을 했느냐, 말한 사람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말을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 이것을 가지고 유무죄를 판단하게 되는 경우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그리고 특히 이번에는 선거법 조항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게 말한 사람에게 법원이 책임을 지우려는 그런 경향이 나타나게 된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느냐면, 권력비리에 대한 보도나 토론이 불가능해집니다. 권력비리의 증거들은 항상 미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증거를 말하는 사람은 항상 법원에 가면 '그것은 불충분한 근거'라고 해서 처벌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명예훼손법이나 또는 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죄, 전부 다 허위를 입증할 의무는 국가가 져야 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국가가 허위를 입증했을 때만 국민을 처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국민에게 항상 진실을 얘기할 의무를 지우는 것과 같습니다.
◆얼마전 김제동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나라 선거법의 문제는 선거운동을 너무 하기 어렵게 해놓았다는 거죠. 선거운동 기간을 아마 많은 분들은 몇 개월쯤 되는 걸로 생각하실 텐데, 2~3주밖에 안 되고, 그 사이에 모든 것들을 국민들과의 소통,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 이런 것들을 다 그 사이에만 하도록 되어있고, 하는 방식도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김제동 씨 같은 경우에도 그런 엄격한 선거법 하에서 야권인물이 저렇게 투표독려를 하는 것은, 선거 당일 날은 선거운동하지 않기로 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 그런 의심 때문에 혐의없음이 안 나오고 기소유예가 나왔던 거죠. 앞으로는 선거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재판관분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셨던 모양이에요.
선거운동을 한정적으로만 할 수 있게 했던 이유가 돈 많은 사람이 선거운동을 많이 할 수 있게 된다면, 금권선거가 된다고 생각을 해서 선거운동 기간도 한정시켜놓고 그렇게 했던 건데, 실제로 선거방법에 따라서는 돈이 많다고 해서 선거운동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고 그런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인터넷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자원의 우위가 홍보 효과의 우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인터넷은 한 사람의 블로그만으로도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이 방문하도록 하는 효과를 낼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헌법 재판소에서 작년 말에 선거운동을 한정적으로 하도록 한 조항들은 인터넷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했죠. 그 이후에도 저는 더 넓혀질 이유들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어떤 말을 더 많이 듣는다고 해서 거기에 설득된다거나, 힘 있는 사람들이 얘기한다고 해서 그 말에 설득되거나, 과거처럼 공무원들이 쌀 한 말 퍼주면 투표한다거나, 이런 허약한 국민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 인터넷은 풀렸는데, 인터넷 외에도 국민들이 어떤 자원의 불평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서로 간의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그런 통로들은 열려져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들의 투표독려 이런 게 되겠습니다.
좋은 책의 발견 북스커버리 cbci 서하나 jindalae@cb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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