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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세일페스타'는 어쩌다 '요란한 빈 수레'가 됐나


관제행사·시장규모 한계 분명…주관 부서 '전시행정'도 발전 막아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평소 백화점이 하는 세일보다 할인율이 큰 것도 아니고, 여러 브랜드가 함께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행사를 왜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런 행사를 하는 게 행정력 낭비 아닐까요?"

13일 오후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30대 남성 J씨는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상기된 목소리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경우 반값 이상 할인해 주는 등 평소 비싸서 사지 못했던 상품을 단숨에 구매 가능한 가격대로 만들어주는 등 '세일'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오지만, 코세페는 평소 할인 행사와 다를 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존재감 없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존재감 없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요란한 빈 수레' 된 코세페…할인율·인지도 모두 낮아

올해로 5회째를 맞아 지난 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3주 동안 진행되는 코세페가 아직도 시장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참여 업체가 650여곳으로 지난해보다 200곳 이상 늘어났고, 다양한 제품에 큰 할인폭을 제공하는 '국내 최대 관광축제'라는 정부의 요란한 홍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은 물론 인접해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도 코세페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판촉물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세일을 하고 있더라도 할인율은 기존 백화점 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도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세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비자들의 코세페에 대한 인식도 여전히 부족한 모습이었다. 코세페가 무엇인지 모르는 소비자도 있었고, 아무리 코세페를 앞장세워 할인을 해준다 해도 포털 최저가보다 비싼데 굳이 코세페를 이용할 필요가 있냐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이현석기자]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이현석기자]

지상 1층 화장품 매장 앞에서 만난 또 다른 50대 소비자 A씨는 "코세페 참여 업체들의 할인판매 제품들이 길 하나 건너 로드샵에서 더 싸게 팔고 있다"라며 "코세페는 대형 업체와 정부가 '생색'을 내는 할인행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떤 대형마트는 평소에 싸게 팔던 제품의 가격을 잠시 인상시킨 다음 코세페를 핑계삼아 원래 가격에 파는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라며 "이런 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는데 어떤 사람이 호응하겠나"라고 덧붙였다.

◆관제행사 근본적 한계·개선 노력도 부족…'전시행정' 전락하나

코세페는 '세일'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최근 하루만에 44조6천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중국의 광군제 등 해외 할인행사와 달리 정부의 주도로 탄생한 행사다.

결국 업체들이 자진해서 참여하기보다는 정부가 줄 불이익을 우려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또 미국·중국 대비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아 업계가 '전력투구'할 명분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있다.

학계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는 미국·중국 시장의 특성에 맞게 민간에서 시작된 행사"라며 "이 같은 '태생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따라하기'에 불과한 코세페가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코세페의 한계를 인정하고, 올해 행사부터는 민간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최대한 간섭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과는 반대로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특약매입 지침 강화로 판촉비를 유통가 '큰 손'인 백화점에 부담시키는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이현석기자]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이현석기자]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판촉비 부담 등 제재사항이 많은 상황이라 할인행사를 예년보다 크게 할 수 없었다"라며 "코세페가 활기찬 분위기를 띄지 못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코세페를 주최하고 있는 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의 '탁상행정'이 코세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단순히 실적만을 요구할 뿐, 행사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결과 분석 및 피드백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은 코세페를 한 번 진행하고 나면 보완할 점이 많아 회의를 진행하곤 하는데, 행사를 주최하는 정부 부처에서는 할인율, 방문자 수, 매출 등의 실적만을 제출할 것을 지시하고 자체 분석은 하지 않는 것 같다"라며 "정부가 코세페를 단순히 보고서 작성용 행사로 취급하는 현 상황에서 코세페가 발전해 나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 촉진을 위해 코세페는 반드시 필요한 행사지만, 지금처럼 운영하면 결국 전시행정의 한 사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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