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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조기 진단 실현할 '치매지수' 개발


IBS, 분광학으로 치매원인물질 섬유화 측정 성공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치매는 치료 불가능한 질환 중의 하나로,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내방한 경우에는 이미 뇌에서 조직병리학적으로 상당한 신경세포 사멸이 진행된 후이다. 한 번 섬유화된 단백질 덩어리는 제거되기 어려워 조기에 치매를 진단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때문에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6일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단장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은 치매 원인 단백질의 섬유화 정도를 물리적으로 측정해 이를 0과1 사이의 수치로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물리학, 분광학, 생물학, 뇌과학 등 서로 다른 영역의 과학자로 구성된 이 연구팀이 개발한 ‘치매지수(Dementia Quotient, DQ)’는 치매원인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섬유화 정도를 분광학으로 측정해 치매 진단을 규격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를 장기간에 걸쳐 추적하는 기존의 까다로운 진단법 대신 한 번의 혈액검사만으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지 주목된다.

연구팀에서 뇌과학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는 허채정 연구위원(성균관대 연구교수)은 "2~3년 내에 일반 건강검진 시의 혈액검사 만으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표준 진단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IBS 연구단이 발명한‘치매지수(DQ)’. (왼쪽) 뇌에서 신경세포 밖으로 배출되는 치매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Aβ42). (오른쪽) 베타-아밀로이드의 섬유화 단계를 0과 1사이의 값인 치매지수로 구분했다.  [IBS 제공]
IBS 연구단이 발명한‘치매지수(DQ)’. (왼쪽) 뇌에서 신경세포 밖으로 배출되는 치매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Aβ42). (오른쪽) 베타-아밀로이드의 섬유화 단계를 0과 1사이의 값인 치매지수로 구분했다. [IBS 제공]

베타-아밀로이드(Aβ42)는 대표적인 치매 원인 단백질이다. 뇌에서는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상당량의 노폐물이 생기는데, 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노폐물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신경세포들 사이에 침착되어 세포를 사멸시키면서 치매가 발병한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문진으로 인지행동능력을, 방사성동위원소표지법(PET)으로 단백질 침착을 확인하는데 이는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만 진단이 가능하다.

조기진단을 위해 체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으나 베타-아밀로이드의 정상 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샘플의 상태에 따른 변수가 많아 표준 지표를 마련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치매 환자의 뇌에서 섬유화된 베타-아밀로이드 분자가 배출되는 것에 착안, 배출된 분자의 섬유화 정도를 분광법으로 구별하고자 했다.

정상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분자는 단량체(monomer) 수준으로 짧지만 치매에 걸리면 베타-아밀로이드 단량체가 길게 모이면서 올리고머(수 개~수십 개 단량체가 모인 복합체) 또는 피브릴(단량체가 무한히 반복적으로 결합한 복합섬유체)구조로 중합체(polymer)를 이룬다. 이렇게 분자가 섬유화되면 독성을 띠고 분자 내 전하 분포가 달라진다.

연구진은 단백질의 전하 분포를 측정하기 위해 테라헤르츠 근접장 분광 기법을 사용했다. 파장이 적외선보다 길고 마이크로파보다 짧은 테라헤르츠 대역의 빛을 이용해 물질 내 전하의 특성 및 분포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테라헤르츠파는 물을 통과하지 못하지만 연구진이 설계한 최적화된 시스템을 이용해 시료 용액에 녹아있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량체, 올리고머 중합체, 피브릴 중합체의 광전도도를 측정해 전하 분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단백질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전하가 시료 내에서 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얻은 전하 분포 수치를 섬유화 정도로 변환하고 이를 ‘치매지수’로 명명했다. 치매지수는 독성을 띠지 않는 단량체를 0, 독성을 띠는 피브릴 상태를 1로 구분하고 이 사이의 섬유화 진행상태를 연속적인 수치로 나타낸다. 허채정 연구위원은 "치매지수가 0.6이상일 경우 치매로 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치매를 물리적으로 정량화한 최초의 지표다. 주변 용액에 관계없이 베타-아밀로이드의 섬유화 정도를 단번에 측정할 수 있어, 뇌척수액 뿐 아니라 혈액 등 다른 체액에서 배출된 베타-아밀로이드의 절대적인 섬유화 상태를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희 연구단장은“이번 연구로 단백질 섬유화를 물리적으로 이해해 IQ, EQ와 같은 치매지수 DQ를 개발하고, 단백질 섬유화 단계를 규격화했다”며 “표지 단백질을 붙일 필요가 없는 간단하고 규격화된 진단법을 제시한 것으로, 기초융합연구를 통해 생물물리 분야의 오랜 숙제인 치매 조기 진단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나노융합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ACS Nano 3월 13일자로 게재됐다.

(왼쪽부터) 이영희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 허채정/하태우/김튼튼 연구위원. [IBS 제공]
(왼쪽부터) 이영희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 허채정/하태우/김튼튼 연구위원. [IBS 제공]

◇논문명 : Identifying Fibrillization State of Aβ Protein via Near-Field THz Conductance Measurement.

◇저자 : 허채정, 하태우(이상 공동 제1저자), 김튼튼, 이영희(이상 공동교신저자), 유춘재, Thuy Huynh, 임호섭, 김지원, Mallikarjuna Reddy Kesama, 이진기.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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